5·31 지방선거를 이틀 앞두고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사분오열이다. 지방선거전이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고, 선거 후 여권 빅뱅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적전 분열=경남도지사 후보로 나선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인 김두관 후보가 28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동영 의장 등 지도부를 겨냥해 거취표명을 요구했다. 사흘 안(선거 전)에 당을 떠나라고 한 것이다. 정동영 의장이 '선거 뒤 민주당과 통합론'을 제기한 데 대한 반발이다.
이에 대해 경남도당위원장인 최철국 의원이 '해당행위'라고 김 후보를 비난했다. 바늘과 실이어야 할 경남도지사 후보와 경남도당위원장이 충돌한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유례가 드문 일이다.
이에 앞선 25일 대구·경북 선거를 지원하고 있는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도 정 의장을 공격했다. "국민적 합의가 없는 정계 개편이나 합당은 정치적 꼼수이며 지금은 반성부터 할 때"라는 것이 요지였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도 열린우리당을 공격한 바 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두관 후보 및 이강철 특보의 발언과 노 대통령을 연결짓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두 인사의 개인적 소신일 뿐이라는 것이다.
◆영남권에서 정 의장을 공격하는 이유는?=민주당과 합당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 의장의 정계개편론은 영남지역 선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이 호남당인 민주당과 달라야 그나마 희망이 있다는 것이 김두관 후보와 이강철 특보의 생각이다. 또한 선거에 패배하면 벌어질지도 모를 당내 책임 공방을 놓고 미리 선을 그은 의미도 있다. 정계개편을 정 의장이 주도하면 선거에 책임질 사람이 없어지는 것이다.
정 의장은 이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최철국 도당위원장을 통해 김두관 후보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열린우리당이 선거 후 없어져야 할 당이라고 민주당이 주장한 데 따른 대응차원에서 언급한 것인데 선거 전에 이를 비난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것이다.
정 의장은 이강철 특보의 비판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관계가 다소 소원하고, 맞대응하기에 부담스러운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뒤숭숭한 여권=당 의장에게 메가톤급 공격이 날아들자 열린우리당은 충격에 휩싸였다. 김두관 후보의 기자회견을 '선거용'으로 보면서도 "당을 떠나라."고까지 말한 상황이라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정 의장에게 의장직을 내놓으라고 공격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총선 때 노인폄훼 발언을 한 정 의장에게 경북 영주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한 이영탁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이 했던 말이다. 이에 대구·경북지역 후보 상당수가 가세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전국적 선거상황이 좋고 영남권만 나쁜 상황이었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다 나쁘다. 정 의장 측이 더욱 곤혹스러워하는 이유이다.
◆선거 후 빅뱅?=정치권에서는 선거 후 지각변동에 대한 설이 무성하다. 정계개편설과 여권 빅뱅설,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설 등이 주류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쉬워 보이지 않는다. 과거처럼 한마디에 헤쳐모여하던 제왕적 총재가 없어서다.
5·31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여권의 책임 공방과 계파간 싸움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예측불허인 상황이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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