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는 무명의 과학자였던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 이론을 처음 발표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였다. 유엔이 이를 기념해 2005년을 '세계 물리의 해'로 지정했다. 순수과학이 다른 분야를 제치고 '유엔의 해'로 선정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특수상대성 이론이 현대사회에 미친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지금 우리의 생활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연구결과는 아마도 그 유명한 E=mc²으로 표시되는 에너지-질량 등가 공식일 것이다. 이 공식은 인류가 점점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리라는 것을 신이 미리 예측하고 어떤 특정 물질의 원자핵 속에 막대한 에너지인 원자력을 숨겨두었다는 사실을 아인슈타인이 알아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자 많은 과학자들이 엄청난 에너지인 원자력을 찾아 나섰다. 도대체 어떤 물질의 원자핵에 그처럼 막대한 에너지가 숨겨져 있을까?
16세기 독일의 백작 폰 슐릭은 자신의 영지인 요아킴스탈에 많은 광물질이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중에는 질이 좋은 은(銀)도 대량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이 곳에서 은을 캐내 은화를 만들었고 이를 이 지역의 이름을 따서 '요아킴스탈러'라고 불렀다. 후에 요아킴스탈러는 그냥 간단히 '탈러'로 불렸으며, 영국에서는 이를 '달러'라고 발음하였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달러 화폐의 원조가 된 셈이다. 요아킴스탈 지역에는 은 외에도 다른 여러 광물이 풍부했다. 베를린대학 클라프로트 교수는 1789년 이 곳에서 회색의 금속물질을 추출해냈다. 사람들은 이 금속을 1781년 영국의 천문학자 허셀이 발견한 '우라누스(천왕성)'라는 새 행성의 이름을 따서 '우라늄'이라고 불렀다.
희랍 신화에 나오는 우라누스는 한마디로 딱히 뭐라고 말하기가 곤란한 신이다. 그는 천공(天空)의 신으로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아들이다. 최초로 전 세계를 지배하는 신이 된 우라누스는 그의 어머니인 가이아를 아내로 삼아 거인 타이탄을 비롯한 외눈박이 등 여러 아들을 낳는다. 말하자면 우라누스는 전 세계를 지배할 만한 막강한 힘을 지녔으면서도 자신의 어머니를 아내로 삼게 되는 기구한 운명의 신이다. 요아킴스탈에서 회색의 금속을 추출한 클라프로트 교수가 이 금속의 이름을 우라누스신의 이름을 따서 '우라늄'이라고 명명한 것은 어쩌면 우라늄의 앞날이 우라누스신과 같은 기구한 운명을 타고 태어났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과연 우라늄은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대로 막대한 에너지를 원자핵 속에 숨겨두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과학자들이 마침내 우라늄 핵 속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찾아냈고, 그 에너지는 불행하게도 곧바로 전쟁의 무기로 사용되었다.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킨 핵폭탄이 탄생된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전쟁이 끝나면서 핵에너지인 원자력은 여러 과학자들에 의해 평화적 이용이라는 본래의 모습으로 거듭 나게 되었다.
이제 원자력은 인류의 주에너지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의 난치병인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사용되고 있으며, 식품 개발이나 농산물 품종 개량에도 이용되고 있다.
특히 유전자 변형식품과는 달리 방사선 조사(照射) 식품은 이미 안전성이 국제적으로 입증되어 미국과 러시아는 오래전부터 우주인이 먹는 우주식량에 방사선 조사 기술을 채택하고 있고, 우주인 배출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도 방사선 조사 우주식량을 공급할 계획이다.
원자력은 차세대 에너지원인 수소에너지 개발에도 중요하게 이용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고온의 원자로를 이용해 물에서 수소를 만들어내는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원자력 수소생산 기술이 확보되면 수소연료전지나 수소자동차의 실용화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
이외에도 원자로를 안전하고도 효율적으로 건설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신소재 개발, 고성능 원격제어 로봇, 초정밀 센서기술 등 최첨단 과학 기술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원자력은 과학기술의 총아라고 할 수 있다. 원자력은 인류의 미래 동반자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김형준 한국수력원자력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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