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축구에 열광하는가/장원재 지음/경덕출판사 펴냄
축구의 규칙은 자잘한 시행 세칙을 모두 포함해서 18조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별다른 장비나 도구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축구는 인종, 종족, 성별, 민족, 종교, 정치적 신념, 국적을 넘어서서 역사상 인류의 최대 다수가 관심을 표하는 인류문화의 독보적인 공통분모로 자리잡았다.
'축구가 전 세계인들로부터 고른 지지를 얻은 까닭은 무엇일까?'
숭실대 문예창작과 교수이자 대한축구협회 기획위원으로 축구 마니아 수준을 넘어 전문가다운 비평으로 필력을 자랑해 온 장원재 교수가 2006독일월드컵 시작에 맞춰 나름의 축구문화론을 책으로 엮어냈다.
그가 바라보는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지구상 유일한 인류 공통의 놀이다. "예컨대, 우주의 고등생명체가 지구를 방문하여 인류와 친교를 맺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을 때 인류는 그들에게 우리가 하나의 종족임을 증명할 어떤 표지를 지니고 있는가?" 축구는 바로 이런 물음에 대한 해답이라는 것이다.
축구의 인기를 분석하는 많은 시도들은 축구가 계층간의 불만을 해소하는 수단이며 성적(性的) 함의를 내포한듯 한 득점방법에 주목한다. 다른 스포츠 종목과는 달리 절대적으로 유리한 체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축구의 강점이라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것으로는 불가사의하고 폭발적인 축구의 인기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고 본다.
"너른 들판에서 스물 두 명의 젊은이들이 각자의 판단에 의해 경기장 구석구석을 뛰어다닐 수 있다는 사실과 미국의 훈련프로그램 작성자가 축구는 전쟁과 가장 흡사한 스포츠라는 말을 했다는 점을 결부시켜 전쟁과 닮았다는 점 때문에 축구가 인기를 얻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축구하는 현상의 극히 일부분만을 들여다 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저저는 이 대목에서 "축구는 보다 근원적인 것, 즉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인류의 본능과 좀 더 밀접하게 얽혀 있다"고 본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이 축제다.
"집단적 축제의 부재라는 사회적 진공상태를 메우고 그것을 대신한 것이 종교집회와 정치집회였다. 그러나 이는 정서적 진입장벽이 만만치 않다." 특정 정치이념이나 종교교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러한 광장의 대중집회는 선뜻 참가하기 어렵고, 그 곳에서 어울려 즐기기는 더더욱 불가능한 폐쇄적 축제였다는 것.
축구는 그런 점에서 가치중립적이었다. 심리적 진입장벽이 거의 없었기에 축제에 굶주린 사람들을 거대한 광장으로 불러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한걸음 더 나아가 "축구는 하나의 제의(祭儀)다."라고 외친다.
축구는 현대인이 잃어버린 축제를 간직하고 있다. 거의 모든 나라의 축구는 매주 토요일 혹은 일요일에 정기적으로 경기라는 의식을 치른다. 선수라는 이름의 사제들은 태양을 상징하는 공이라는 물체와 상호 호응하며 의식을 집전한다. 심판이라는 보조자가 의식의 집전을 도와주고 스타디움이라는 신전은 관중이라 불리는 신도들에게 일상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선물한다.
그곳에서는 누군가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고 깃발을 흔들며 특정인을 저주해도 아무도 그 사람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마음과 정신의 해방구다.
그래서 축구는 이제 보지 않고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신체 및 생활의 일부로서 정착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축구 문화가 이제 세상을 정복해가고 있다."는 저자의 설득에 고개를 끄떡일만하지 않을까.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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