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사회가 아시아의 전통적 가치에 눈을 돌리고 있다.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겨 온 그들이 유교로 대표되는 아시아의 전통적 가치를 눈여겨 본다. 신과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향해 치달아 온 그들이 지구촌 공동체의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선 가족 관계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아시아의 가치 체계를 접목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서구의 적잖은 미래학자들이 상하 서로 자리를 존중하는 가족 관계의 끈끈함이 미래 사회의 투쟁과 대립을 뛰어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시아의 가치 체계는 가족 관계의 질서 확립에서 출발한다. 수백 년 우리 사회를 유지해 온 삼강오륜은 대표적이다. 삼강오륜은 왕조시대 도덕률이다. 당연히 왕에 대한 충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기본은 가족 관계의 질서 유지다. 아버지와 자식, 남편과 아내가 서로 지켜야 할 도리를 강조함으로써 전제군주의 안전을 보장받는 장치로 삼는다. 아버지의 권리를 지상 최대의 가치로 여기며 사회적으로는 장유유서로 상하의 질서를 으뜸으로 치고 있다.
○…아시아의 가치에 눈을 돌리는 서구와 달리 서구 사회를 모델로 삼는 우리에겐 삼강오륜이 희미해지고 있다. 아들이 부모를 때리거나 학생이 선생을 짓밟는 일이 벌어지면 사람들은 패륜을 들먹이지만 평상시 삼강오륜 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 가정폭력을 이기지 못해 아내가 남편, 아들과 딸이 아비를 죽음으로 내모는 상황이 벌어지면 사회는 원인 제공의 잘못을 먼저 이유로 삼을 뿐 삼강오륜을 강하게 내세우지 않는다.
○…생후 50일 된 아들을 살해한 뒤 시체를 15개월간이나 집안에 보관해 온 20대 부부가 붙잡혔다. 태어난지 40일 된 둘째 아들도 때려 숨지게 한 뒤 병원에 버렸다고 한다. 일정한 직업 없이 부모의 도움으로 동거생활을 해 온 이들이 아들을 죽인 이유는 시끄럽게 운다는 것이었다. 아들이 죽자 두려워 시체를 집안 장롱에 숨겨 왔다고 한다.
○…삼강오륜은 지금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구석이 적잖다. 성인도 시속을 따른다고 오늘의 사회에서 전제군주 시대의 가치관을 그대로 따를 수는 없다. 그러나 부자가 서로 존중하며 부부가 서로의 자리를 인정하라는 가르침은 여전히 생명력이 있다. 옛 가치를 오늘에 되살려 새롭게 적용하는, 사상의 조화는 우리들의 몫이다. 여전히 '가화만사성'은 가훈으로 일등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은가.
서영관 논설위원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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