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함성이 메아리치는 축구의 계절인 월드컵 시즌을 맞는 입장과 태도가 이해관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 경기를 즐기려는 열혈 축구팬과 월드컵 붐을 이용해 한 몫 챙기려는 업계, 축구 열기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린다.
◇ '웰컴 월드컵!' = 월드컵을 가장 반기는 부류 중 하나는 관련 상품을 앞다퉈 쏟아낸 업체들이다.
특히 필수 응원 복장으로 자리잡은 붉은색 티셔츠 판매업체는 폭발적인 매출 증가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붉은악마 공식 응원복 제작업체인 베이직하우스는 티셔츠 100만장을 제작해 5월한 달에만 30만장을 판매하는 등 벌써 60만장을 팔았다.
회사 관계자는 6일 "처음 붉은악마의 부탁을 받았을 때는 축구협회 기금 등 문제로 마진이 별로 안될 것 같아 고심하다 좋은 일을 하자는 뜻에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판매가 훨씬 잘 된다"고 말했다.
월드컵공식 티셔츠 제조업체 협의회는 2006 독일월드컵 엠블렘이 새겨진 대회 공식 티셔츠 판매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안중근 의사의 그림을 넣은 새 디자인의 응원복이 불티나게 팔리자 함박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안중근 의사 응원복을 기획한 황주성 아트엔젤스 오케스트라 단장은 "원래는 해외동포를 겨냥해 만든 것인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 온라인이나 전화로만 판매하는데도 한달 만에 8만장이 넘게 팔렸다"고 전했다.
경기 관전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TV를 비롯한 가전제품의 판매신장도 놀라울 정도다.
더 크고 깨끗한 화면으로 월드컵을 즐기기 위해 대형 PDP(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와 LCD(액정표시장치) TV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서울의 한 백화점 관계자는 "5월1일부터 6월4일까지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13% 신장했는데 그 중 PDP가 58%나 늘었다. 가격이 낮아지기도 했지만 월드컵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서울광장 주변 호텔은 거리응원 소음 때문에 일부 외국인 투숙객으로부터 이따금 항의를 받긴 하지만 오히려 거리 응원을 이용한 관광상품의 반응이 좋다고 한다.
프라자호텔 관계자는 "객실 창을 통해 응원현장이 생생하게 보이기 때문에 외국인도 재미있어 하고 응원에 동참하곤 한다"며 "월드컵 경기 당일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비수기인데다 한국팀 경기가 주로 새벽에 열리는데도 토고전이 열리는 13일 예약률이 80%나 된다"고 말했다.
호프집은 직장 동료, 친지와 함께 경기 관전과 맥주를 동시에 즐기려는 시민들을 겨냥해 영업시간 연장, 한국팀 성적과 연계한 서비스 제공 등 월드컵 특수를 잡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 "월드컵, 차라리 없었으면" = 그러나 뜨거운 월드컵 열기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거리응원의 메카 서울광장 주변 청소를 맡고 있는 중구 청소행정과 관계자는 "경기가 주로 밤에 있어 청소인력을 동원하는데 힘이 든다. 2002년 월드컵 때 하루 쓰레기 발생량이 15t 이상이었고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쓰레기량이 10t이 넘었다"며 "토고전부터는 차량 6대와 환경미화원 50명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기간에 시험을 치러야 하는 고시생들의 사정은 듣기만 해도 딱하다. 인생이 걸린 중요한 시험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월드컵 열풍으로 공부에 집중하기 힘든 것은 물론 경기를 봐야 할지조차도 고민이다.
이달 26일 행정고시 2차 시험을 보는 권모(26)씨는 "월드컵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라. 괴롭다. 가나전 때도 공부하는데 밖에서 나는 소리가 시끄러워 좀처럼 집중할 수 없었다"며 "시험은 며칠 안 남았는데 집중은 안되고 경기는 보고 싶어 고민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수년 간 사법고시와 외무고시의 여성합격자 비율을 보면 ▲2001년 17.46%(사시), 36.6%(외시) ▲2002년 23.95%(사시), 45.7%(외시) ▲2003년 20.97%(사시), 35.7%(외시)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한·일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시험에서 여성 합격자가 유난히 많았던 데 대해 남성들이 상대적으로 축구에 더 관심이 많았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해 진위 여부에 눈길이 쏠리기도 했다.
서울시청 앞 거리 응원을 관할하는 남대문경찰서 이정근(22) 상경은 "시청에서 거리응원을 할 때 도로 1,2차로를 막기 때문에 계속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며 "근무시간은 크게 늘어나진 않지만 한 자리에 꼼짝없이 서 있어야 하는 등 근무강도가 높아진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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