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신바람

우리 민족은 오랜 세월, 안팎으로 고난을 받으면서 한을 키워온, 한(恨)많은 민족으로 알려져 왔다. 이청준씨의 '서편제'에 보면 딸의 눈을 멀게 함으로 한이 맺히게 하고, 그 한을 노래함으로 명창이 되게 하려는 비정한 아버지가 나오는데, 외국인들은 잘 이해가 안 되겠지만, 한을 보편적인 정서로 이해하는 우리들에게는 얘깃거리가 되는 소설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 한(韓)민족은 오랫동안 한(恨)이라는 그늘에 가려 있었을 뿐이지 실제로는 무엇이나 해낼 수 있는 저력 있는 백성이다. 이것이 지난 2002년 월드컵 때 확실하게 드러났다. 단순히 수줍음이 많은 백성으로만 알았는데, 그 속에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있음을 알아보고는 외국 사람들은 우리들을 '동시 다발성 민족'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다. 박수 하나를 쳐도 그냥 치는 법이 없고 수백 가지 박수치는 법을 계발해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별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라, 금방 데모하고 곧바로 운동경기를 즐길 수 있으며 금방 돌아서서 세계를 상대로 장사할 수 있는 천의 얼굴을 가진 민족이 바로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다.

한국의 경제 성장을 설명함에 W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맥그리거의 X이론과 Y이론이 관리와 조직을 잘 해줌으로 동기를 잘 부여하고 환경을 잘 조성하여 성장을 기대하는 서양의 경제 모델을 설명하는 것이라면, 윌리엄 오우치의 Z이론은 미국 기업의 특징에, 일본기업의 경영특징을 결합시킨 일본의 경제모델이다.

이에 대하여 W이론은, 미국과 일본의 모델을 답습 또는 모방하다보니 잘 맞지 않아서 한국인의 기업형태로 개발한 이론으로 '더불어' 이론이라고도 한다. 한국인의 특징적인 성품과 개성은 신바람이 나면 옆에 사람이 죽어도 모를 정도로 그 일에 흥이 나서 심취하게 되며 신바람이 없으면 목에 칼이 와도 날 죽여요 하고 버티는 성품이다. 따라서 신바람이 나는 일들을 만들어주면 그것이 확산되어 더불어 신바람을 나게 하고 그만큼 기업이 성장한다는 이론이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신나는 일들만 만들어진다면 우리 민족은 못할 일이 없으리라 믿는다. 이제 월드컵이 4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뜨겁게 응원하며, 신바람 나는 축제의 한마당으로 만들어보자. 신명나면 못할 것이 없는 엄청난 힘을 가진 우리들이 아니던가! 물론, 우리는 모든 일에 열심이고 특별하여 이어령씨의 지적처럼,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 수도 있다.

축구를 즐기되 목숨을 걸지만 않는다면, 다시 말해 우리 팀이 최선을 다한다면, 승패를 떠나서 아낌없이 박수를 쳐주고, 우리들이 에너지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할 정도로만 즐길 줄 아는 절제할 줄 아는 지혜만 있다면 신바람을 낼 수 있는 참 좋은 계절이 우리들에게 다시 찾아 온 셈이다.

이동관 대구수산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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