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20여국, CIA 비밀수용소 운영 협조(3단)
유럽평의회 보고서 공개...관련국 否認 속 인권단체 '환영' (3단)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유럽에서 테러용의자들을 감금하기 위한 비밀수용소를 운영했으며, CIA에 협조한 나라는 당초 알려진 것보다 많은 유럽의 20여개국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럽 최고 인권기구인 유럽평의회가 7개월여의 조사를 마치고 7일(현지시간) 유럽평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 20여개국은 CIA가 중앙아시아에서 카리브 지역의 수용소로 테러리스트들을 이송하는 과정을 잘 인지하거나 불법 이송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특히 폴란드와 루마니아의 경우 CIA 비밀 수용소를 운영했다. 또 독일, 터키, 스페인, 키프로스, 아제르바이잔 등의 국가는 테러용의자 불법 이송작전에서 경유지(staging points)를 제공했다.
이어 아일랜드와 영국, 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 등은 테러용의자들을 잠시체류하는 곳(stopover)을 두고 있었다.
스웨덴과 보스니아, 영국, 그리고 전 유고연방 소속 마케도니아, 독일, 그리고터키는 테러용의자를 직접 CIA에 인계하기도 했다.
카이로와 암만, 이슬라마바드, 라바드, 카불, 관타나모만, 타슈켄트, 알제, 바그다드 등의 도시들은 테러 용의자 이송 또는 감금지점으로 활용됐다. 유럽평의회는65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이번 조사를 이끌어온 스위스 상원의원 딕 마티는 이날 파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직 진상을 모두 밝히지는 못한 상황이지만 현 상황에서도 유럽의 몇몇 나라들이 CIA의 불법활동에 적극 가담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다른 일부 국가들도 일부러 그런 활동을 무시하거나 알려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물론 마티는 CIA 비밀수용소에 대한 '공식적인 증거'는 없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그는 비밀 수용소가 실제 존재했고, 불법적인 구가간 (테러용의자) 이송이 유럽내에서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일관되고 한곳으로 수렴되는 요소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보고서가 공개되자 일부 관련국들은 부인하거나 해명하고 나섰다. 영국은 새로운 내용이 없다고 일축했고, 폴란드 카지미에르즈 마르친키에비츠 총리는 보고서 내용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마르친케에비츠 총리는 바르샤바에서 "이는 중상모략적이다. 보고서는 사실에기초하지 않았다. 이것이 내가 알고 있고, 할 수 있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폴란드와 함께 비밀 수용소 운영 국가로 지목된 루마니아도 "완전 억측"이라고반발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의회 조사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노리카 니콜라이 위원장은 "마티의 보고서는 루마니에 비밀수용소가 있다는 것을 입증할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사실을 조사했더니 CIA에 속한 여객기가 루마니아에 내린 적도없으며, 루마니아내에 CIA 수용소가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절대로 새로운 것이 없다"고 말했고, 영국 외교부는 이번 보고서가 비행 기록 등과 같은 '정황적' 증거에 기초하고 있는 것같다고 밝혔다. 스페인 등도 보고서 내용을 부인했으며, 많은 나라들은 일단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특히 유럽국가간 여객기 운항기록과 이를 추적하는 일부 전문가들의 활동이 '침묵의 베일'을 벗기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46개 유럽평의회 회원국들은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데 소극적인 태도를보였다고 마티는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에 인권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유럽평의회 보고서가 자신들이 그동안 주장해온 '비정상적인 범죄용의자 인도', 즉 보안상 문제있는 용의자를 제3국으로 비밀리에 이송하거나 미국이 운영하는 수용소에 보내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과 맥을 같이 하고있다고 강조했다.
앰네스티는 성명에서 "미국이 전세계에 처놓은 거미줄망 같은 불법적인 테러용의자 인도는 기본적인 법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탈리아 중도좌파 성향으로 의회 정보위원장을 역임한 엔조 비안코 의원은 이번 보고서가 나온 직후 지난 2003년 2월 밀라노에서 CIA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진 이집트 성직자 오사마 모스타파 하산 나스르 납치사건에 대해 이탈리아 의회가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문재인 방탄 동맹과 특권 계급의 꿈 [석민의News픽]
'핵볕'으로 돌아온 '햇볕정책'…與 '민주당 대북 굴종외교 산물' 논평
추미애 "정부 때문에 국민 고통…미리 못 막아 송구"
한덕수 "지역 거점 병원 '빅5' 병원 못지않게 키운다"
"한동훈 화이팅" 귀성객 응원 속 與 추석 인사…"국민 눈높이서 해결책 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