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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비자금 조성 지시 혐의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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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들이 알아서 한 것"…가족 횡령 혐의도 부인

회삿돈 797억원 횡령 등 혐의로 구속수감 중인 정몽구(68)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12일 재판에서 비자금 조성과 집행에 관여한 적이 없다며 혐의 사실을 대부분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김동오 부장판사) 심리로 417호 법정에서 열린 두번 째 공판에서 정 회장은 비자금 조성이나 집행에 관여한 적이 없고 비서실을 통해 전달받아 사용한 돈이 있지만 이 돈은 비자금인지 정상 자금인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 본사를 비롯해 기아차·위아·모비스 등 계열사들이 모두 비자금을 조성했는데 누구의 지시나 주도로 만들어졌나"는 검찰 신문에 "모르겠다. 김동진·김승년 두 임원이 서로 의논해서 그렇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현대차 재경본부와 글로비스 등이 허위 매출전표 작성 등의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매달 전달하지 않았느냐는 추궁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각 계열사를 사용해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은 있지 않느냐"는 신문에는 "그 점에 대해서는 시인한다"면서도 "비자금이 조성된다는 건 알았는데 정확히 얼마인지 몰랐다. 그게 비자금인지 정상 자금인지…알아서 하니까…"라며 비켜갔다.

그는 거듭된 검찰의 추궁에 "거기(부하 임원)서 알아서 한 것이지 지시한 사실이 없다. (임원들이)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동진 부회장이나 재경본부장 등이 알아서 할 수 있는 위치였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변호인 반대신문이 끝나고 재판장이 "피고인은 부외자금(簿外資金·비자금)은 알지 못했다고 했는데 비자금 조성과 사용에 대한 법률적 책임은 인정하는가"라고 묻자 "시인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비자금 조성에 대한 김동진 부회장의 보고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김 부회장이 자금을 조성하겠다고 해서 알아서 하라고 했다. 비자금은 회사 운영자금 등의 용도로 썼다"며 보고만 받고 맡겼을 뿐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룹측이 비자금을 10만원권 수표로 바꿔 비밀금고에 입금했으며 이 돈 중 일부가 정 회장 처와 모친, 아들·딸 등의 계좌로 들어가 사용됐다는 의혹이 있다며 비자금이 가족 용도로 사용된 혐의도 자세히 따졌다

검찰은 또 2003∼2005년 글로비스 전·현직 임원 명의로 발행된 10만원권 수표 461장을 추적한 결과 부인 계좌로 일부가 입금됐고 아들이 2회, 첫째 딸이 7회에 걸쳐 수표로 송금받거나 현금으로 교환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글로비스가 비자금을 매달 3차례에 걸쳐 1천만원, 1억원, 600만원, 1천200만원짜리 봉투로 나눠 정 회장 비서실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정 회장은 "그런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현대차그룹이 2002년 조성한 대선자금 중 249억원을 정 회장이 가져갔다며 용처를 추궁한 데 이어 현대우주항공 사업 실패로 인한 개인보증 채무를 이 회사 일부 사업부문 매각대금과 계열사 유상증자 대금으로 메워 해소했다는 의혹도 제기했으나 모른다는 답변만 들었다.

한편 정 회장은 재판장이 건강 상태를 묻자 "혈압이 높고 오른쪽 무릎 관절염이 심하다. 고혈압 약을 먹고 지난주에는 심장 이상 여부를 검사 받았다"고 말했다.

변호인측도 반대신문 내내 "정 회장은 만성기관지염과 위궤양 등 10여가지가 넘는 질병이 있어 주치의 검사를 받고 있다"며 건강문제를 집중 부각시켰다.

다음 공판은 6월26일 오후 2시 열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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