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인 생생 여행체험] 영천 한우마을·경북도 수목원

"한국식 불고기 맛을 새로 알았어요. 영천식 고기굽는 법을 새로 배웠거든요."

지난 공휴일, 매일신문사 취재팀과 경북도수목원으로 여행을 떠났다. 도중에 영천 한우단지도 들르는 좋은 기회였다. 오전 10시쯤 출발, 11시가 넘어 도착한 영천시 도남동 한우숯불갈비단지 내 한 갈비집에서의 점심시간. 한국의 대표음식 불고기는 몇 번 먹어봤지만 특산단지에서 소고기를 구워서 맛보기는 처음이었다. 느낌은? 한우 불고기의 참맛을 제대로 알았다고 할까.

영국에선 그릴이나 프라이팬에 구워먹거나 야외에선 바베큐를 해먹는 정도다. 한국에선 불판에 고기를 한 점씩 얹어 다 익으면 상추, 깻잎과 쌈을 싸먹는다. 고기맛도 일품인데다 고기 살점이 떨어지지 않게 고기 여러 점을 둘둘 말아서 구운 뒤 다시 펼쳐서 먹는 게 처음보는 재미다.

3주 전 어머니가 한국에 왔을때 어머니는 매일 저녁 '갈비'만 외쳐대셨다. 어머니는 저녁 때만 기다리는 듯 했다. 그 덕에 한국식 갈비를 원없이 먹기도 했다. 그 때 먹었던 갈비 맛과는 또다른 맛이었다.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는 포항시 북구 죽장면에 위치한 경북도 수목원에 도착한 것은 오후 1시쯤. 영국에도 산업혁명 이후 공기 오염을 막기 위해 도심 곳곳에 공원, 식물원 등을 잘 가꿔놓았기 때문에 한국 식물원은 어떤지 궁금했던 터라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총면적 974만 평, 나무 수종 1천510종 17만9천226본, 소식물원 24곳 등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의 수목원이었다. 아예 산 전체를 수목원으로 만든 곳이었다. 영국에서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공원과는 개념이 달랐으며 나무를 연구하며 도심에서 떨어진 공간에 휴양림을 만들어놓은 듯 했다.

전체의 2%밖에 되지 않는 16만 평 정도를 시민들에게 개방했는데도 그 규모가 엄청나다. 엄청난 면적에도 놀랐지만 더 흥미로웠던 것은 안내 해설사의 친절하고 재밌는 설명이었다. 이제 환갑이 다 된 박재우(59) 수목원 안내 해설사는 곳곳을 돌며 그 꽃이 왜 그런 이름을 갖게 됐는지 설명해줬는데 저절로 웃음이 터져나왔다.

밤나무 옆에 밤나무와 비슷하게 생긴 나무가 자랐는데 '너도 밤나무냐?'고 물은 것이 연유가 돼 '너도밤나무', 한 나무의 꽃은 향기가 물고기들에겐 마취제와 같아 물에 넣으면 순간적으로 죽은 듯 기절해 떼로 죽은 듯 해 '떼죽나무', 꽃이 딸기모양으로 피기 때문에 '산딸나무', 풀 종류인데 짚신에 묻으면 향기가 백 리까지 퍼져나간다고 해 '백리향' 등 들어도 들어도 재미있었다. 영어로 통역을 해서 들은 이야기치곤 너무 재미있었다.

식물원 전체를 둘러보니 영국에 비해 나무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고 나무크기도 작으며 가지, 잎 등이 풍성하게 달리지 않은 것 같았다. 영국에는 주로 참나무가 많은데 크기가 집채만해 엄청난 그늘을 만들어준다.

수목원에 조성된 연못에는 올챙이가 가득했다. 어린 아이들은 뜰 채로 올챙이를 잡는라 정신이 없었다. 오랜만에 대구를 벗어나 이런 한적한 곳에서 여유있는 풍경을 보니 마음이 깨끗해지고 평온해지는 것 같다.

수목원 아래를 한바퀴 둘러보고 전망대로 향했다. 30분가량 정상을 향해 오르자 수목원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에 도착했다. 반대편으로는 동해바다 포항 월포 해수욕장이 보였으며 양 사방에는 아직 미공개된 수목원이 쫙 펼쳐져 있었다. 보기만해도 가슴이 시원하게 뚫렸다.

대구로 돌아오는 길엔 왠지 모르겠지만 상쾌하고 뿌듯했다. 한국의 불고기 맛과 잘 조성된 수목원은 한국이 정말 살기좋고 흥미로운 나라임에 틀림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조나단 베글리(27·대구국제이해교육센터 영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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