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승리를 보장한다면 어느 팀이나 선수들은 하나같이 역전승을 택할 것이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를 뒤집을 때 느끼는 짜릿함 때문이다.
13일 오후 10시 독일 프랑크푸르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6독일월드컵 G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아프리카의 복병' 토고를 상대로 믿을 수 없는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한국은 전반 모하메드 카데르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이천수의 천금같은 프리킥 동점골과 안정환의 통렬한 중거리포 역전골로 2대 1 역전승을 일궈냈다.
첫 판에서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긴 한국은 이날 0대 0으로 비긴 프랑스와 스위스를 따돌리고 조 선두로 나섰다. 또 한국은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 처음 진출한 이후 무려 52년 만에 처음으로 원정 승리를 맛봤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의 경험과 정신력을 앞세운 강인한 체력, 딕 아드보카트 감독의 용병술이 조화를 빚어 일궈낸 값진 승리였다.
◆전반 힘겨운 출발=박지성, 조재진, 이천수를 스리톱(3-4-3 포메이션)으로 내보낸 한국은 경기 시작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반 16분까지 단 한 차례 슈팅도 날리지 못했다.
반면 에마뉘엘 아데바요르와 카데르를 투톱으로 내세운 토고의 공세는 매서웠다. 한국은 전반 31분 선제골을 내줬다. 하프라인 오른편에서 길게 볼이 넘어오자 토고의 카데르는 무릎으로 볼을 툭 치며 중앙 수비수 김영철의 왼쪽으로 돌아 문전으로 돌파했고 김영철은 순간적으로 그를 놓쳐버렸다. 카데르는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단독 찬스를 잡은 뒤 오른발 대각선 강슛으로 왼쪽 골포스트를 맞추고 네트로 빨려 들어가는 첫 골을 뽑았다.
◆후반 포메이션 변화, 박지성이 활로 개척=후반들어 아드보카트 감독은 승부수를 띄웠다. 수비수 김진규 대신 공격수 안정환을 전격 투입했다. 3-4-3에서 안정환을 공격형 미드필더 겸 쇄도 스트라이커로 놓는 4-2-3-1 전형으로 바꿔 총반격 대형으로 전열을 다시 짰다. 이 때부터 답답하게 막혔던 공격 루트가 뚫리기 시작했다. 한국의 운명을 바꾼 돌파구는 박지성이 마련했다. 박지성은 후반 8분 중앙을 돌파하다 장 폴 아발로의 발에 걸려 넘어지면서 동점골을 이끌어내는 파울을 유도했다. 전반 23분 박지성을 걸어 넘어뜨려 옐로카드를 받은 아발로는 두 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당했다. 한국은 11대 10으로 수적 우위를 점했다.
◆해결사는 이천수와 안정환=박지성이 얻어낸 프리킥 지점은 아크 오른쪽 바로 옆이었다. 후반 9분, 키커로 나선 이천수는 숨을 고른 뒤 오른발 인스텝으로 예리하게 볼을 감아 차 토고의 골문 왼쪽 네트 상단에 정확히 꽂아넣었다. 아가사가 몸을 날렸지만 볼은 이미 세차게 그물을 흔들고 있었다.
잠시 수세에 몰린 한국은 후반 27분 안정환이 극적인 역전골을 뽑아냈다.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송종국이 길게 찔러준 볼을 낚아챈 안정환은 아크 오른쪽으로 돌면서 오른발로 중거리 슛을 날렸고 볼은 토고 수비수의 몸을 살짝 스친 뒤 골문 왼쪽으로 꺾이면서 골키퍼 키를 넘긴 뒤 그림처럼 토고 그물에 꽂혔다.
안정환은 역전 결승골로 '맨 오브 더 매치'에 뽑혔고 송종국은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프랑프푸르트(독일)에서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