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음식배달업체 '비명'…유흥업소·영화관 '울상'

월드컵 열기는 상가마다 매출 그래프를 바꿔놓고 있다.

음식 배달업체와 대형 TV시설을 갖춘 음식점, 호프집 등은 매출 상승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른 반면 유흥주점이나 TV를 설치하지 못한 음식점, 영화관, DVD·비디오 대여점과 만화방·PC방 등은 울상을 지은 것.

거리응원이 펼쳐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 치킨전문점과 피자, 김밥전문점 등 배달업체들은 밀려드는 주문으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K치킨 범어점의 경우 경기시작 30분전까지 예약이 몰리면서 평소 매출의 2배인 70상자가 팔렸다. 치킨점 업주는"낮부터 예약이 폭주, 이날 오후 4시쯤에는 닭이 없어 주문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며 흐뭇해 했다.

전화번호를 안내해 주는 114 안내도 밀려드는 문의 전화로 몸살을 앓았다. 한 114 안내원은 "평소보다 2~3배 많은 문의전화가 경기 시작 전 한꺼번에 폭주했다."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치킨전문점 등 배달업체 전화번호"라고 말했다.

대형 TV나 스크린이 설치된 호프집에도 직장동료나 친구들과 함께 경기도 보고 맥주도 마시려는 시민들로 크게 붐볐다. 호프집 업주 이모(41) 씨는 "월드컵을 맞아 아예 스크린을 하나 장만했다."며"평소보다 매출이 2~3배는 늘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고 좋아했다.

반면 월드컵 여파에 시름하는 업체들도 적지 않았다. 이날 유흥가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한산할 정도였다.

특히 유흥주점이나 TV가 설치되지 않은 음식점은 타격이 컸다. 수성구 M룸살롱의 한 매니저는"방마다 TV를 설치하고 손님들에게 붉은색 티셔츠까지 나눠줬지만 소득은 별로 없다."면서 "평소보다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어 이달을 어떻게 버틸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영화관들도 줄어드는 매출로 한숨이었다.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 등 영화관들은 스크린으로 한국 전 중계를 하는 상영관을 제외하곤 오후 10시 이후론 아예 관람객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대구 롯데시네마 김락영 매니저는"경기 전날까지 예매율이'0'이었을 정도로 관람객이 없었다."며 "월드컵이 시작되 이후 평소 절반 수준으로 매출이 줄었다."고 전했다.

DVD·비디오 대여점과 만화방·PC방 등도 울상을 지었다. D비디오 대여점 업주는 "이달 들어 매출이 지난달에 비해 30%나 떨어진데다 13일 밤에는 DVD를 대여한 고객이 아예 없을 정도였다."며"빨리 월드컵이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털어놨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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