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 거리 응원, 새로운 '패션'을 낳다

거리 응원전이 갈수록 열기를 띄는 가운데 거리응원 현장이 새로운 '명물 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대다수인 거리 응원객들이 '첨단패션'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깨선과 허리선을 과감히 드러낸 태극기 탱크톱을 입은 여성에서부터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모두 붉은색으로 통일한 '빨갱이 패션' 등 기상 천외한 모양새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19일 대구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에 나온 이혜림(20·대학생) 씨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붉은색이었다. 붉은 색 모자부터 티셔츠, 치마, 구두까지 모두 붉은 색이었다. 그는 우리 대표팀 유니폼이 붉은 색이니까 승리를 기원하기 위해서는 자신도 붉은 색을 입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실제 우리팀이 프랑스와 대등한 경기끝에 무승부를 기록, G조 선두로 올라서자 자신의 의상 덕분에 우리가 좋은 성적을 거뒀다며 좋아했다.

DIY(Do It Yourself) 족들은 직접 제작한 패션을 들고 나왔다. 역시 이 곳에서 만난 최모(18·고교생) 양은 태극기 탑을 입고 있었다. 손재주가 좋은 친구가 직접 제작했다는 태극기 탑이었다.

대학생 이유진(24·대구 달서구 본리동) 양은 태극 무늬 가발을 쓰고 나왔다. 이 씨는 우리 팀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라도 만들 준비가 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 중구 동성로에 자리 잡은 엑슨 밀라노 내 한 수선가게. 19일 한국과 프랑스전이 치러지기 전 수선가게는 발디딜 틈이 없었다고 이 곳 직원들은 입을 모았다.

수선실 직원인 김모(34) 씨는 "붉은 색의 박스형 티셔츠를 들고 와 어깨선이 깊게 파인 민소매 옷이나 탱크탑을 만들어 달라는 여성들로 북적였다."며 "특히 요즘 여성들은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을 미리 생각해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 비슷한 디자인의 옷이 거의 없는 것이 요즘 추세"라고 말했다.

이런 추세는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보세 옷가게 역시 마찬가지. 동성로 갤러리존 내 한 여성 캐주얼 매장엔 붉은 색의 '섹시의상'들이 넘쳐났다.

매장 주인인 김진숙(32) 씨는 "가장 잘 나가는 아이템은 어깨선이 깊게 파이고 허리에 끈을 부착, 허리선을 과감히 드러낸 의상"이라며 "재고가 모자라 못 팔 지경"이라고 말했다. 거리응원이 대구도심을 '밀라노'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옷가게 주인들은 입을 모았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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