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남구청 '클린 파킹제' 추진…성공할까?

지난 16일 낮 대구 남구 대명4동 대구가톨릭병원 부근 주택가 골목길. 대구 남구청 이동 주차단속 차량에 동승, 누빈 골목길은 '요지경'이었다. 불이 났을 때 소방차 진입은 커녕 일반 승용차의 교행도 어려운 지경. 불법주차 천국이었다.

"왜 단속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담당 대구 남구청 공무원은 손사래를 쳤다. "한 대라도 단속했다간 주민민원에 견뎌나질 못합니다. 왜 '나'만 단속하느냐며 항의, 민원처리하느라 단속을 나가지 못할 지경입니다. 불법주차가 너무 많아 모든 위반차량을 단속하려면 주차단속요원이 수백 명이라도 모자랄 판입니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내에서 단독주택 비율이 가장 높아 골목길 주차난이 심각한 대구 남구청이 '묘안'을 냈다. '클린 파킹(Clean Parking) 지구제'를 도입키로 한 것.

클린 파킹제란 담장안에 작은 마당을 가진 단독주택 3~5가구씩을 묶어 한꺼번에 담장을 허문 뒤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자투리 조경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담장을 허물어 이웃간 정도 쌓자는 1석3조의 '혁신 사업'.

전국은 물론, 세계가 주목하는 대구의 자랑 '담장 허물기사업(내집 주차장 갖기사업)'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대구 남구청이 처음 시도하는 것.

남구청은 지난 4월부터 골목길 전수조사에 돌입, 2개월째 클린 파킹 시범지구를 찾고 있다. 이달 현재 대명 4, 6, 9동이 가장 유력한 후보군. 주택가 담장이 골목길 전체에 이어져 있는 곳들이 수십 군데.

"담장을 없애고 집 안쪽에 주차공간을 확보하면 불법주차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배짱 좋은 사람이라도 남의 집 차 옆에 또 불법주차를 시도하지는 않을테니까요."

남구청은 지난 4년간 담장 허물기 사업은 41곳에 그쳤지만 3~5가구의 담장을 한꺼번에 없애는 '클린 파킹제'를 도입하면 단기간에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담장 허물기 사업의 대구시 보조금 한도는 공사비의 80%수준(최대 150만 원)에 불과하고 집주인이 모든 공사를 맡아야 한다. 남구청은 큰 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대구시가 재정투입을 늘려 동구·서구·북구 등 대구 전체 주택가로 사업을 늘리고 서울처럼 행정기관이 비용 등 모든 공사진행을 떠 안아야 한다는 입장도 최근 대구시에 전달했다.

조기홍 남구청 지역교통과장은 "돈도 문제지만 주민들 참여정도가 가장 중요한 과제며 통반장 회의 등을 통해 홍보를 계속 중"이라며 "일단 첫 물꼬만 트이면 사업효과를 실감한 이웃 주민들의 추가 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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