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년후엔 나도 태극전사" 아이들도 '축구 열풍'

"10년 후엔 우리가 월드컵에서 뛸 거예요. 미리 사인 받아 가실래요?"

18일 오전 대구 달서구 도원초교 운동장. 이 곳은 10년뒤 월드컵 무대를 휘젓겠다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지만, 숨이 가빠와도 어린이들은 마냥 즐거워했다.

월드컵 열풍은 이미 동네마다, 어린이들에게까지 파고들고 있었다.

2006 대구 남부교육장배 어린이 골목대장 축구대회. 이날 도원초등학교를 비롯, 도원중·고에서 열렸다. '골목대장 축구대회'라는 대회명칭처럼 이 대회는 학교 축구부 선수들이 아닌 생활체육으로 축구를 즐기는 아이들의 한마당.

비만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언론보도는 이들에게 먼 나라 얘기였다. 입에서 단내가 나도 공을 찰 수 있어 마냥 신난다고 어린이들은 입을 모았다. 지치는 기색도 없었다. 신형엔진 박지성 선수마저도 골동품으로 몰아낼 위세.

도원초교 학생들이 주축인 '뛰는 아이들'의 정재원(11) 군은 "컴퓨터 게임보다 축구가 더 좋다."고 말했다.

"게임을 해도 축구 게임만 한다."는 어린이들. 이날 공식무대 데뷔전을 치른 아이들은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4년동안 축구를 해왔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연습이지만 운동장에서 공차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것.

생활축구클럽 '달비골'의 박시헌(9) 군은 "학원에는 안 간 적은 있어도 축구를 빠트린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동네축구로 치부해버리면 섭섭하다는 것.

아이들은 지금은 맨땅에서 뛰지만 10년 후에는 월드컵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축구가 곧 놀이"라는 안성찬(13) 군도 "네덜란드 공격수 아르연 로번처럼 빠른 선수가 돼 창의적 플레이를 펼치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

달비골 축구클럽 신기동(36) 감독은 "월드컵 붐을 타고 축구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높아졌다."며 "지난 3월 50명 수준이었던 클럽 소속 학생들이 월드컵과 맞물려 80명 선에 육박했다."고 전했다.

부모님들의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운동이라면 태권도 등을 떠올리던 학부모들이 축구로 눈을 돌린 것.

신 감독은 "아이들이 축구를 하면 균형감각을 익히고 신체발육에도 좋은 효과를 보인다."고 축구가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음을 강조했다. 부모들도 대만족이다. 협동심을 기르기엔 최적의 운동이라는 것.

이날 운동장에 나온 이홍규(40) 씨는 "내성적이던 아이가 협동심도 생기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며 흐뭇해했고 정미자(48) 씨 역시 "아이 스스로가 재미있어 하고, 끈기가 강해졌다."고 좋아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 초등 남부지회장 임성무 교사는 "월드컵 열풍에 어쩌다 한 번 갖는 이벤트성 행사가 아닌 어린이 생활체육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대회"라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 이번 가을에도 대회를 또 가질 계획"이라 밝혔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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