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카펜터와 카렌 카펜터 남매로 구성된 '카펜터스'는 1970, 80년대 세계 팝 뮤직계의 아이콘이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예스터 데이 원스 모아(Yesterday Once More)', '탑 오브 더 월드(Top Of The World)'등 주옥같은 팝 명곡들의 주인공. 전 세계에 걸쳐 1억만장의 앨범 판매기록도 보유한 이들은 그러나 카렌이 무리한 다이어트끝의 거식증(拒食症)으로 1983년 서른셋으로 사망하면서 '카펜터스'의 이름도 막을 내렸다. 거식증으로 전신이 해골처럼 말라갈 때도 여전히 자신이 뚱뚱하다고 여겼던 카렌의 죽음은 과도한 다이어트의 무서움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쪊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관념은 거식증과 폭식증 등의 식사장애로 나타나기도 한다. 거식증은 식욕부진과 비슷하면서 소화를 못시키고 습관적인 구토를 하게 된다. 폭식증은 주체할 수 없을만큼 음식을 먹으면서도 체중 증가를 우려해 설사약'이뇨제 등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습관적인 구토도 하게 된다. 두 가지 모두 심각한 신체적 증상과 함께 우울증, 좌절감 등 정신적 문제도 일으킨다.
쪊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은 욕구가 지나쳐 극심한 식사장애의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마른 몸에 대한 집착이 갈수록 커지는 탓이다. 할리우드 스타들 중에서도 거식증으로 거의 죽을 뻔한 위기를 겪은 적이 있는 린제이 로한을 비롯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심한 다이어트를 하는 스타들이 숱하다. 심지어 영국의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도 생전에 먹고 토하는 거식증으로 큰 고통을 당했다고 한다.
쪊비만과 다이어트는 현대인 누구나의 공통된 숙제다. 하지만 이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의 이기업'김민선 교수,아산생명과학연구소 김영미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뇌의 시상하부에서 식욕을 조절하는 '폭소(FOXO)1'이란 물질을 발견해냈기 때문이다.
쪊시상하부는 각종 식욕 조절 물질을 생산하여 체중과 식욕을 관리하는 뇌의 중추기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시상하부의 '폭소' 활동의 증감에 따라 식욕을 올리는 물질의 생산도 증감하는 사실을 발견, 식욕억제제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찾아낸 것이다. 맛있는 음식의 유혹을 물리치는 것이 힘겨운 사람들에겐 여름날의 한바탕 소나기처럼 시원한 소식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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