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도 지방분권!'
붉은악마는 축구응원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붉은악마와 응원실력을 겨뤄보자는 젊은이들이 있다. 바로 대구대학교 응원단 '비호'.
붉은악마의 출생지가 수도권이었다면 이들은 대구·경북 토종 응원단임을 내세운다. 때문에 이들은 대구도심에서 벌어지는 거리응원에 나가지 않는다. 대학 응원단인 만큼 철저히 상업성을 배제하고 비록 도심에서 벗어난 외곽지이더라도 '학생들 곁에서, 학생들과 함께' 응원을 펼치는 것.
이들은 스위스 전이 열리는 24일 새벽 경기시작 1시간전부터 대구대 학생 등 경북 경산·하양지역 주민 수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대학교 캠퍼스내 노천강당에서 붉은 열정을 토해낼 계획이다.
붉은악마를 따라하는 것은 아니지만 응원복은 붉은색이다. 역시 열정적 응원을 위해서는 붉은색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저희들을 '마이너'라고 할지 몰라도 태극 전사에게 보내는 응원과 열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을 '마이너리티 리포터'라 칭했다. 대다수 시민들이 월드컵 하면 붉은 악마를 먼저 떠올리는 현실에서 굳이 '최고, 메이저'라고 허풍을 떨고 싶지 않다는 것.
비호 응원단은 고작 13명. 대구 수성구 범어 네거리 일대를 누볐던 붉은 악마들과 이벤트사 응원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다.
그러나 응원에 대한 열정만큼은 최고라고 자부한다. 부족한 인원에서 오는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매일 대 여섯 시간씩 반복되는 연습으로 부족분을 채웠다. 이렇게 하기를 벌써 두달째다.
비호의 제 11대 단장인 김상우(24) 씨는 "지난 13일 토고전 때 8천여 명의 학생들과 시민들이 어우려져 붉은 응원을 성황리에 마쳤는 데 24일 스위스전 역시 한국팀의 선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고 자신했다.
비호 단원 박미정(21·여) 씨는 "남들은 월드컵 커플이다 뭐다 하는데, 나는 월드컵 때문에 남자 친구와 헤어질 판"이라며 볼멘 소리를 냈다. 두달간 수업하랴 연습하랴 통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못했기 때문.
단원 윤현균(20)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윤 씨는 현재 유신 시대에 살고 있다고 했다. 아버지로부터 '휴대전화 압수령 및 금주령, 오후 8시귀가라는 통금령'까지 받았다. 응원에 너무 '미쳐' 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았다.
김보람(20) 씨는 "연습은 힘들었지만 수천여 명이 운집해 보내 준 열렬한 호응 때문에 보람을 많이 느꼈다."며 한국 축구의 16강행을 확신했다.
"이곳 시민과 학생들이 대구시내까지 나가 거리응원을 하기가 힘듭니다. 저희가 너무 잘 해 아마 스위스전에는 이 곳으로 사람들이 더 몰리면서 대구시내 거리 응원이 위축될까 걱정입니다." 비호 사람들은 너스레를 떨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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