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대수도론'은 정말 아니다

김문수 경기지사 등 수도권 지자체 당선자들이 소위 '대수도론'을 들고나오면서 비수도권 지역민들이 발끈하는 등 온통 시끄럽다. 그들이 주창하고 있는 대수도론의 핵심은 '수도권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동북아 중심권역으로서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광역행정을 펴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개방화 시대를 맞아 지방도 광역행정협의체를 만들고 지역성에 맞게 잠재력을 개발해서 제 살길을 찾으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으로 인해 우리 인구의 절반이 넘게 살고 있는 수도권 사람들도 이제 차별받지 않고 제 목소리 좀 내며 잘 살아보자고 한다면 촌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부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우리의 현대사와 경제성장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같은 주장마저도 너무 불공평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 지방민의 민심이다. 수정법으로 지방이 과연 크게 덕 본 것이 있는가.

1960, 70년대 경제개발로 산업과 교통, 교육 등 모든 시설과 인재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인구 과밀화를 초래했고, 이에 따라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혼잡해지면서 환경파괴와 주민 삶의 질이 나빠지는 등 문제점이 발생했다. 또 지방은 지방대로 정주여건이 악화돼 날로 황폐화되면서 수도권으로 옮겨가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돌이킬 수 없는 정책의 오류로 인해 여태까지 지방민들이 그 고통을 떠안고 살고 있다는 사실을 정치인들이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올해초 수도권 공장 신·증설 완화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지방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에 들어선 LG필립스LCD 7세대 생산시설이 단적인 예다. 기업은 나름대로 경영논리가 있겠지만 결국 주요 생산시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이유는 양질의 인재를 구하기 쉽고, 물류비용 절감 등 이득이 있기에 지방을 도외시하고 파주를 낙점한 것이 아닌가. 수원과 화성, 탕정 등 다른 수도권 도시들의 사례에서 보듯 디지털 산업 시대를 맞아 최첨단 생산시설은 날로 수도권에 집적, 발전되고 있는 반면 지방은 시대에 뒤떨어진 공장만 남게 되는 악순환이 시작되고 있다. 이렇게 된데에는 지방민의 잘못도 없지 않지만 정책을 결정하는 정치인들의 잘못이 더 크다. 우리나라처럼 대기업 본사와 주요 생산시설이 서울 등 수도권에 몰려 있는 국가가 지구상 어디에 있는 지 묻고 싶다.

'수정법'은 종합적인 수도권의 질서 있는 정비와 국토의 균형 있는 발전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다. 이 법이 시행된지 벌써 20년이 넘었지만 수도권 집중 현상은 해소되지 않았고 더욱 심화됐다. 대수도론이 주장하듯 수정법을 폐지하고 수도권이 광역행정체계로 독자적인 발전을 도모하겠다면 지속적인 국가균형발전에 심각한 장애가 될 수 있다. 게다가 몇몇 학자들은 대수도론에 대해 EU경제통합의 선례와 파리·런던·뉴욕, 도쿄권, 상하이권을 들먹이며 세계적인 추세대로 광역행정체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거들고 있다.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이같은 통합체계 구축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모바일특구 지정이나 영남권 신공항 건설 등을 통해 광역행정체계로 나아가려는 지방의 요청은 어느 것 하나 거들떠보지 않으면서 수도권은 경쟁력이 충분하니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정말 어불성설이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도 수도권을 중심으로한 북부와 중·남부지방으로 분리·독립하자는 말은 나오지 않을까. 이탈리아의 밀라노를 축으로한 북부 롬바르디아지방과 가난한 남부지역이 서로 독립해 살자는 논리로 비약될까 두렵다.

수도권 지자체가 상호 협력해 행정과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데야 크게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방이 말라죽든 말든, 국토균형발전이 되든 말든 수도권만 크게 키워 어떻게 해보겠다는 일방적인 수도권 규제 철폐 주장은 결국 우리나라를 가분수로 만들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이유 때문에 롬바르디아동맹을 꿈꾸는 '대수도론'은 정말 당치 않는 주장이다.

서종철 경제부장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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