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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한국전쟁 56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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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아내를 지게에 지고 피란 가는 남정네, 철수하는 인민군에게 학살당해 즐비한 양민 시신들, 어머니의 시신을 부여안고 하염없이 우는 어린 남매…. 6'25 한국전쟁의 참상을 담은 사진들을 보면 가슴 저미고 피가 역류하는 아픔과 마주쳐야 한다. 소설가 박도 씨가 미국 국립문서기록보관청에서 찾은 6'25 관련 사진들을 담은 신간 '나를 울린 한국전쟁 100장면'(눈빛 펴냄)은 당시의 피비린내를 반추하게 한다.

◇이 책은 그때를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부닥쳤으며, 이 분야의 작품들을 많이 쓴 소설가 김원일 이호철 전상국 문순태 씨의 생생한 체험담들도 실어 더욱 절절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사람들이 파리 목숨처럼 스러지는 장면들을 예사로 보아온 이들은 오랜 세월 그 실상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해 오기도 했지만, 사진과 함께 아직도 치유되지 않고 있는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깊고 참담한가를 생생하게 떠올린다.

◇내일은 이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난 지 쉰여섯 돌이 되는 날이다. 남과 북이 155마일 철책선을 사이에 두고 대립과 긴장 속에 가슴 졸이며 살아온 단장(斷腸)의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 우리 민족에게 너무 엄청난 상처와 손실을 안겨줬을 뿐 아니라 민족자존에 치욕만 남긴 전쟁이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장구한 민족의 정통성이 무너지고 남북 간 불신을 야기해 통일에 장벽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요즘 우리의 마음을 더욱 착잡하게 하는 건 잿더미 위에서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이룰 수 있게 뒷받침했던 '안보 의식과 태세'가 흔들린다는 점이다. 참여정부는 주적(主敵) 개념을 포기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조치를 강력히 요구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확고한 안보 없이는 평화도, 국민의 생존권도 보장할 수 없는데도 늘 아슬아슬하다.

◇육군 전사자 유해발굴단은 이름 없이 스러져 간 장병들의 유해를 한 구라도 더 찾기 위해 안간힘이다. 그간 1천400여 구를 수습했으나 13만 5천여 구가 더 있을 것으로 추산되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도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조차 말 한마디 없다. 이래서야 국민이 불안을 넘어 분노심까지 안 생길 수 있겠는가. 6'25가 오늘에 주는 교훈은 안보를 국정의 중심에 둬야 한다는 사실이 아닐까.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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