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류공원 야구장엔 6만여 시민들이 몰렸다.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토요일인 데다 주5일 근무를 하는 직장인들도 이곳을 찾은 탓에 지난 프랑스전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모였다. 김주영(27·대학생) 씨 일행은 "일찍부터 사람들이 몰린 탓에 도저히 앉을 곳을 찾지 못하겠다."며 "문을 연 인근 식당을 찾아 경기를 봐야 할 것 같다."며 발길을 돌렸다.
○…새벽에 경기가 열린 탓인지 한국팀 경기가 시작됐음에도 응원 인파 사이에서 잠이 든 시민들도 종종 눈에 띄어. 잠이 든 친구가 베고 자라고 무릎을 내준 김주엽(27) 씨는 "집에 가서 보자고 했더니 길거리 응원을 해야 한다며 우겨 함께 나왔는데 오전 3시가 넘자 골아떨어졌다."며 "일하고 오느라 어지간히 피곤했던 모양"이라고 웃어넘겼다.
○…선선한 날씨 탓에 일부 시민들은 미리 챙겨온 담요나 자리를 두르고 경기를 지켜봐야 했는데 특히 배꼽이나 다리를 훤히 드러내는 등 과감한(?) 노출패션으로 두류야구장을 찾았던 젊은 여성들은 추위에 몸을 잔뜩 움츠리기도. 태극기로 배꼽티를 만들어 입은 한 여성은 "길거리 응원 때엔 이 같은 옷을 입어도 주위의 시선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데 오늘은 날씨가 추워 혼났다."고 했다.
○…2만여 시민들이 찾은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잔디밭은 응원에 나선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공원 주변은 치킨, 김밥 등 먹을거리를 파는 노점상들이 점령. 하지만 공공질서는 대체로 잘 지켜졌다. 공원 주변도로 이중주차를 막기 위해 나선 장혜원 의경은 "많은 차들이 몰려왔지만 지난 두 경기보다 주차질서는 더 잘 지키는 것 같다."고 평가.
○…경기가 끝난 뒤 공원에 버려진 쓰레기는 솔선수범한 몇몇 시민들에 의해 깔끔하게 치워졌다. 김진영(20) 씨는 "경기에 져서 그런지 쓰레기를 챙겨가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며 집에서 가져온 50ℓ 들이 쓰레기봉투를 들고 공원 청소에 나섰다. 이종욱(18) 군 등 고교생 4명도 "다음에 또 길거리 응원을 하기 위해선 주변 정리를 잘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귀가를 미루고 40여 분 동안 쓰레기를 주웠다.
○…붉은 옷을 차려입은 시민 200여 명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국채보상공원에 남아 놀면서 아쉬움을 달래기도. 이들은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고 기차놀이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등 축제의 마지막을 즐겼다. 기차놀이에 동참한 한 시민은 "비록 경기는 지고 16강 진출도 좌절됐지만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한 데 만족한다."고 한마디.
○…대구월드컵경기장은 23일 오후 10시부터 입장객을 받았지만 일찌감치 온 일부 시민들은 출입구 한쪽에 텐트까지 쳐놓고 맥주를 마시며 입장을 기다리기도. 이곳엔 가족 단위 입장객도 많았다. 붉은 옷을 차려입고 응원에 열중한 젊은 부부 옆에 아이가 웅크린 채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본 한 시민은 "축구 좋아하는 열혈 부모 덕분(?)에 아이가 고생"이라며 웃음.
○…날씨가 쌀쌀한 탓에 경기가 진행될수록 응원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붉은 물결'이 점점 사라져 갔는데 월드컵경기장 안에 유독 바람이 많이 불어 응원에 나선 시민들이 붉은 티셔츠 위에 준비해온 겉옷을 입어버린 때문. 추위를 막기 위해 시민들이 다들 몸에 태극기를 두른 때문에 응원 인파 속에서 휘날리던 수많은 태극기도 점점 줄어들었다.
○…월드컵경기장에선 행사 주최 측의 실수로 시민들이 잠시 '행복감'에 젖기도. 경기 중 지역 출신인 박주영 선수가 슛을 하자 골이 들어간 줄 알고 주최 측이 폭죽을 터트린 것. 한 시민은 "화장실에 갔다 폭죽 소리를 듣고 골이 들어간 줄 알고 부리나케 나왔는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엑스코 대구 3층에는 1천여 시민들이 모여 한국팀을 응원. 주부 정영주(39·대구시 북구 검단동) 씨는 "5세 난 아들에게 축제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고 싶어 집 부근인 이곳을 찾았다."고 설명. 하지만 실내인 데다 확성기 소리가 너무 커 일부 시민들은 집으로 돌아가기도. 이정현(14·성화중 2년) 군은 "친구들과 함께 경기를 보려고 왔는데 실내가 너무 시끄러워 귀가 아플 지경"이라며 "길거리 응원 분위기도 안나 차라리 집에서 경기를 보겠다."고 했다.
사회1부
○…"시계바늘을 되돌려 오늘 밤 다시 한 번 겨룰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가 탈락했다는 사실을 믿기 싫어요."
포항역 광장 거리응원에 나섰던 이해인(16·포항 양학동) 양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한참 동안 멍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양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경기내용으로는 결코 밀리지 않았는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함께 응원나온 친구들도 "이럴 수는 없다."면서 "심판의 오심과 편파판정이 우리 선수들의 투지를 조금씩 빼앗아 갔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또 경기를 함께 지켜봤던 시민들 가운데 일부 청소년들과 20대들은 경기종료 후 주저앉아 소리내 울기도 했고, 자녀들과 함께 나왔던 부모들은 우는 애들을 달래느라 진땀을 흘리는 광경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우리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해 자랑스럽습니다."
스위스와의 운명의 한판 승부를 벌인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영덕의 자랑 김진규 선수가 선발 출전, 군민들을 들뜨게 했다.
이날 김 선수 집에는 150여 명이 모여 열띤 응원을 펼쳤으나 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하자 아쉬운 표정.
특히 스위스 선수의 핸들링 반칙에 심판이 휘슬을 불지 않고 두 번째 실점으로 연결된 스위스 공격이 오프사이드 반칙으로 인정되지 않는 등 심판 판정에 탄식을 자아냈고 또 김 선수가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자 크게 아쉬워했다.
김 선수의 어머니 정금자 씨는 "스위스를 물리치고 16강에 진출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심판의 편파판정 등 운이 따라 주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진규를 비롯한 태극전사 모두 최선을 다해 싸운 만큼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영덕·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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