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며칠 사이 지구촌 사람들은 연이어 두 차례나 강렬한 감동에 사로잡혔다. 거짓말처럼 놀라우면서도 유쾌하고 가슴 찌르르하게 만드는,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세계 부자 1, 2위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빌 게이츠가 2008년 현직에서 은퇴할 것이며. 자선 활동에 전념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귀를 의심했다. 게다가 앞으로 500억 달러의 재산 중 가족 몫 1천만 달러만 남기고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다.
빌 게이츠의 폭탄선언에 정신이 얼얼한데 워런 버핏이 또 전 세계를 화들짝 놀라게 했다. 자기 재산의 85%인 374억 달러(약 36조 원)를 기부금으로 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중 310억 달러를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겠다는 거다.
75세의 버핏과 51세의 빌 게이츠. 나이를 뛰어넘은 두 사람의 우정이 서로에게 강력한 자극을 주며 동기부여를 하고 있어 더욱 감동적이다. 버핏은 게이츠 부부의 뜨거운 자선 열정에 탄복했다고 말했고, 게이츠 역시 "내 자선 활동의 출발점은 버핏"이라고 밝혔다.
경우는 다르지만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 관중(管仲)과 포숙(鮑叔)을 떠올리게 된다. 두 사람은 어릴 적부터 둘도 없는 친구였다. 포숙은 춘추시대 최초의 패자가 된 제(齊)나라 환공(桓公) 소백(小白)이 아직 왕위에 오르기 전 그의 후견인이었고, 관중을 소백의 형 규(糾)의 후견인으로 추천했다. 왕위를 놓고 소백과 규 간에 전쟁이 났을 때 관중은 소백을 암살하려 했다. 소백이 왕위에 오르자 포숙은 "만약 천하를 다스릴 큰 뜻을 품고 계신다면 꼭 이오(夷吾:관중)를 재상으로 쓰셔야 합니다"고 간언했다. 환공도 관중의 인재됨을 알고 난 뒤 관중을 일약 재상으로 발탁했다. 재상감이었던 포숙은 스스로 관중의 아랫자리로 내려갔다. 훗날 관중은 말했다.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지만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이다."
모두 4개의 자선사업 재단을 갖고 있는 버핏은 얼마든지 자신의 재단들에 세상 이목을 집중시킬 수도 있었지만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선택했다. "골프선수라면 타이거 우즈에게 투자할 것"이라는 농담 같은 말 속에 자신을 한껏 낮추는 현인의 모습이 어려 있다.
여러모로 판이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두 사람에겐 공통점도 많다. 부자이고, 검소하며, 박애주의자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철학이 비슷하다.
또 한 가지는 두 사람 모두 아내들이 자선사업에 열정적이라는 점이다. 멜린다 게이츠는 12년 전 빌 게이츠와 결혼, 신데렐라가 되었지만 화려한 삶보다는 자선 활동에 더 열심이었다. 게이츠를 나눔의 세계로 이끈 것은 멜린다의 힘이었다. 버핏의 아내도 세상을 뜨기 전까지 수전 톰슨 버핏 재단을 통해 적극적인 자선 활동을 폈다. 버핏은 이번 초대형 기부에 대해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뭐니 뭐니 해도 머니(money)가 최고"라고 믿는 염량세태에서 평생 번 재산, 그것도 상상조차 힘든 거액을 아낌없이 사회를 위해 내놓는 두 사람은 자기것만 채우려 드는 우리네 보통사람 눈엔 바보처럼 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버림으로써 더 많은 것을 얻을 줄 아는 지혜로운 바보들!
지난해 한국 백만장자 수는 8만 6천 명, 증가율 세계 1위라 한다. 바야흐로 세상은 '기부문화의 르네상스'가 일어날 분위기다.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멋진 기부자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서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의 시구처럼 '진정한 성공'의 철학을 아는 자들이 늘어나기를….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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