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한미옥(32·여·대구시 북구 산격동) 씨는 중·고등학교 때 별명이 '할매'였다. 귀여운 별명도 많은데 굳이 할매라고 불리는 게 못마땅했다는 그녀. 그래도 친구들의 눈에는 또래에 비해 유난히 어른스럽고 노숙하게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튈 정도는 아니었다. 다른 학생들처럼 수다 떨기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IQ 156. 천재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20대 초반이 되어서야 알았다. "우연히 신문에서 멘사에 대한 정보를 얻고 호기심에 테스트를 봤는데 그런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그렇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었다. 머리가 좀 뛰어나다는 걸 남들보다 키가 크다거나 몸매가 좋다는 정도로만 여긴다. 단지 두뇌가 좋은 게 남다른 우월감을 가질 만한 것이 못 된다는 게 그녀의 지론이다.
한 씨는 어릴 때부터 유독 만화를 좋아했다. "어머니 이야기로는 집 근처 만화방에서 거의 살다시피했대요." 중학교 3학년 때는 만화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을 할 정도로 그녀는 만화에 미쳐 있었다. 만화를 좋아하면서 자연스레 책을 잡게 되었다. 동네 도서관을 찾아 온갖 잡다한 책을 읽었다. 많이 읽을 땐 하루에 두세 권도 훌쩍 넘겼다. 반면 학교 공부에는 별다른 매력을 못 느꼈다. 그래도 믿어주었던 어머니 때문에 내신 1등급은 꾸준히 유지를 했다. "사실 만화 동아리 활동을 어머니가 무척 말렸어요. 포기할 수도 없어 괜찮은 성적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계약을 어머니와 했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그녀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직장을 다니겠다는 폭탄선언을 한다. 당시 집안 형편이 썩 좋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직장을 다니는 와중에도 만화를 그리는 일은 포기하지 않았다. 각종 만화 공모전에 여러 차례 도전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했던가. 그녀는 수많은 실패 끝에 결국 입상의 영광을 얻었다. 비로소 하고 싶었던 만화가의 길을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뒤집어지는 삼국지'라는 개그 형태의 만화를 시작으로 5권의 단행본을 내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는 주로 교육만화나 창작동화를 그린다.
한 씨의 재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녀는 '코스프레(좋아하는 대중 스타나 만화 주인공과 똑같이 분장하고 복장과 헤어스타일, 제스처까지 흉내내는 놀이)' 마니아로도 꽤나 유명하다. 코스프레 행사가 있을 때마다 초청되는가 하면 입상도 수차례 했다. "20대 초였을 거예요. 한 게임 잡지에 소개된 코스프레 동우회를 보고 정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날 바로 천을 사서 직접 코스프레 의상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코스프레 의상을 직접 만들다 보니 차차 주위 사람들로부터 의뢰가 들어왔고 몇 년 전부터는 아예 코스프레 의상 제작을 해주는 쇼핑몰(퀸즈샵·http://engelwing.net)도 만들었다. 이 밖에 2개의 쇼핑몰을 더 운영 중이다. 참 바쁘다. 그만큼 그녀는 욕심이 별나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이것저것 다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는 정말 물불 안 가리고 파고든다는 그녀다. 천재의 열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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