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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경품 당첨으로 처가댁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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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고령군 개진면에 나의 정든 처가(妻家)가 있습니다.

1989년 2월부터 정식으로 출입(?)이 가능하였으니 그 이전의 기간까지 합치면 20년이라는 세월이 되어가는군요.

3남5녀 결코 적지 않은 자녀들을 키워 오시는 동안 넉넉하지 않은 시골살림살이는 여느 집들과 별반 다를 바 없었겠지요.

종갓집이라는 특성상 세분의 손위 처남댁들(며느리)께서는 일년에 10여 회가 넘는 제사 때마다 그리 넓지 않은 부엌에서 고생들을 하는 모습들을 자주 봐 왔었습니다.

그 부엌 한쪽에는 각진 직사각형의 220리터 용량의 냉장고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동절기 땐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특히나 하절기 때의 제사 때만 되면 처남 댁들께서는 힘들여 장만하신 제사음식의 보관에 적잖이 고생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좀 더 용량이 큰 냉장고가 필요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그때부터 하게 되었고 저는 실천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넷째 사위인 제가 손위 분들을 제치고(?) 냉장고를 사 드린다는 것이 어쩌면 건방져 보이는 행동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더 감동적인 모양새를 갖추어서 선물하는 쪽을 택하기로 마음먹은 저는 우연한 기회에 중앙의 모 방송국에서 주최하는 사연모집에 응모를 하게 되었고 2002년 12월 연말대상으로 용량 670리터짜리 대형냉장고를 부상으로 받게 되는 행운을 안게 되었습니다. 그 큰 냉장고를 옮기느라 처가의 낮은 문턱은 다시 수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저의 선물을 받으시고 기뻐하시던 장인어른을 비롯한 많은 처가 식구분들의 행복한 미소는 아직까지도 쉽게 잊히질 않습니다.

비록 결심에서 실천까지 많은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돈으로 사는 것보다 좀더 감동적인 선물이 된 것 같아 매우 흐뭇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냉장고가 도착하기도 전에 머나먼 길을 장인어른을 홀로 남겨두시고 먼저 떠나신 장모님께서 안 계신 말못할 허전함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4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도 넷째 사위가 해준 선물을 당신의 분신인 양 잘 관리하고 계시는 장인어른께 다시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오래도록 건강하신 모습으로 저희 8남매와 함께 해주셨으면 하는 염치없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아버님! 부디부디 건강하십시오.

박병걸(대구시 달서구 송현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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