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수질 유해물질 무방비 노출

수질검사 항목은 130개 그쳐

먹는 물 검사항목에는 없는 신종 유해물질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낙동강 수돗물에 대한 유해물질 관리 및 규제강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991년 페놀사태와 2004~2005년 1, 4-다이옥산 파문에 이어 2006년 퍼클로레이트 파동에 이르기까지 유독 낙동강 수계에서만 신종 유해물질이 속출해도 정부 및 지자체의 유해물질조사는 제자리걸음인데다 법정 검사항목도 선진국 수준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

부산환경운동연합은 지금까지 낙동강 수계에 나타난 유해물질은 모두 400여 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논밭, 축사, 주택, 대규모 공단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낙동강은 항생제, 농약류, 환경호르몬, 카페인 등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적잖다는 것. 한강, 금강, 영산강 등 다른 주요강 수계보다 훨씬 많은 유해물질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페놀이나 1, 4-다이옥산, 퍼클로레이트의 배출원이 모두 낙동강 주변 공장들로 밝혀지는 등 기업에서 쓰는 약품과 세정제가 다양한 신종 유해물질을 만들어 내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환경부 한 자문위원은 "수계별 또는 배출원 특성을 고려한 환경부 현장 조사는 기대 이하"라며 "특히 대부분의 초 미량 유해물질들에 대해서는 측정 장비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게다가 구미공단 한 대기업 관계자는 "행정기관과 기업 모두 검사항목 이외의 유해물질에는 신경도 안 쓴다."며 "공정별 특성이나 단가에 맞춰 여러 화학약품을 쓰지만 생돈 내면서 법적 규제도 받지 않는 물질에 대해서까지 유해성 조사를 할 기업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유해물질 조사가 빈약한 탓에 검사항목도 선진국 수준에 턱 없이 부족한 실정. 낙동강을 비롯한 전국 4대강 수계에 대한 유해물질 법정 검사항목은 55개.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대구시 관계자는 "법정항목 이외에 환경부 감시항목 20개와 자체검토 55개를 더해 모두 130개 항목을 조사하는 등 선진국 수준과 별 차이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감시나 자체검토는 법적 구속력 없이 기업과 행정기관·민간기관의 자발적 협약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4년말 처음 검출돼 구미 섬유업체들이 배출한 것으로 드러난 1, 4-다이옥산 경우, 뒤늦게 환경부 감시항목으로 지정됐지만 불과 6개월 만에 가이드 라인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올 3월 국립환경과학원 실태조사 결과, 전국 4대 수계 중 낙동강이 지난 한 해 가장 많은 다이옥산에 오염된 강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됐다.

한편 부산, 마산·창원,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이번 낙동강 퍼클로레이트 검출과 관련해 무방비 미량 유해물질에 대한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과 안전한 수돗물공급정책을 촉구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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