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내버스 개편 6개월…서비스 아직도 '낙제점'

지난 16일 오후 7시 45분 대구 남구 대명동 지하철 현충로역 인근 버스정류장.

"아휴, 15분이나 기다렸네요." 한모(45·여) 씨가 버스에 올라서며 한마디를 뱉어내자 버스 안은 작은 소란이 일었다.

"저는 20분 기다렸어요.", "말도 마세요. 저는 30분이나 기다렸다가 탔어요." 승객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던 것.

버스기사는 "방학 중이라 배차시간이 늘어났고, 앞차가 시간을 지키지 않아서 그렇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하지만 배차시간을 나타내는 버스단말기는 아예 꺼져 있었다.

대구 시내버스 서비스가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버스노선 개편과 '준공영제' 시행 이후 시민들의 세금까지 버스회사에 가져다주면서 승객은 늘었지만 서비스수준은 오히려 후퇴,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는 것.

대구시 교통불편신고센터에 따르면 노선개편 실시 직후인 지난 3월 접수된 버스 관련 교통불편 신고는 154건. 기대와는 달리 불편신고는 4월 153건, 5월 167건, 6월 199건 등으로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불친절이나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욕설 등 운전자 교양부족은 전체 불편 신고 829건 중 223건으로 무려 26.8%를 차지했다.

이날 오후 대구 남구 봉덕동 남구청 인근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주민 박모(48·여) 씨는 "버스가 늘 혼잡한데다 버스기사가 가래를 뱉거나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경우가 많아 짜증 그 자체다."고 말했다.

또 무정차 통과가 198건으로 전체 불편신고 중 23.8%를 차지해 가장 많은 불만을 샀고 승차거부도 113건으로 13.6%나 됐다. 운행시간 미준수 등 배차간격 위반 관련 신고는 100건으로 12%, 승·하차 불이행이 67건(8%)으로 뒤를 이었다.

16일 오후 남구 봉덕동을 거쳐 시내로 가는 한 버스에 타본 결과, 버스 내 단말기에 표시된 앞차와의 간격은 15곳 정류장을 떨어져 있었고 시간적으로는 30분이나 됐다. 정상적으로 10~12분 떨어지도록 된 배차간격을 한참 어긴 상황. '버스운영관리시스템(BMS)'을 구축해 버스 배차간격과 운행 실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혁신적인 서비스 개선이 가능하다는 대구시의 장담이 무색해진 것.

대구 달서구 용산동 보람타운 앞에서 버스를 탄 주민 박천만(42) 씨는 "버스가 올 때는 무더기로 오고 안 올 때는 20~30분씩 기다린다."며 "37℃가 넘는 폭염과 아스팔트의 열기를 견디며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심정을 대체 아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가 약속했던 대구-경산 간 시내버스 환승무료·할인혜택, 합리적인 버스 노선의 부분 개편, 버스운영관리시스템 구축 등 장밋빛 계획들은 수개월씩 미뤄지고 있다.

당초 5월로 예정됐던 대구-경산 간 시내버스 환승무료·할인혜택은 일러야 오는 11월쯤에나 가능할 전망.

경북 성주, 고령, 영천 등 대구권을 운행하는 버스들의 환승혜택도 기약할 수 없는 형편. 현재 환승무료가 안 되는 대구권 버스는 경산 9개 노선 165대, 성주 2개 노선 29대, 고령 2개 노선 17대, 영천 2개 노선 23대에 이른다.

버스운행의 정시성과 서비스 개선을 확보하겠다던 '버스운영관리시스템'의 구축도 늦어지고 있다. 8월 말까지 주요지점 50개소에 설치하기로 했던 정류소 안내기는 현재 중구 동인파출소와 밀리오레, 엑슨밀라노 주변 정류장 등 일부 지역에서만 시험 운영되고 있다.

시는 이달 말까지 50개 정류소에 안내기를 설치하고 내년까지 44억 원을 들여 정류장 200곳에 추가 설치키로 했지만 장담키 어려운 실정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경산 시내버스 환승문제는 대구 지하철과 연계한 교통카드 인식 문제와 정산 프로그램, 환승프로그램 개발 등 기술적인 문제들을 풀어가는 중"이라며 "하지만 통합 요금제에 맞춰 경산 시내버스의 요금체계가 조정된 이후에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 시내버스와 지하철 요금이 이르면 10월쯤 '통합요금제' 시행과 함께 최소 200원(교통카드 사용시)이 오를 예정이어서 서비스 개선 없이 요금만 올린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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