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체벌

지금은 국회 고위직에 오른 지역 한나라당 어느 중진 의원은 몇 년 전 스스로를 鞭撻(편달)위원이라고 불렀다. 중진 원로들이 맡았던 의례적인 직책인 지도위원에도 끼지 못한 無(무) 당직의 처지를 빗대, 웃자고 만든 말이었다. 지도 편달을 바란다는 말에서 따온 우스개였다. 편달은 채찍으로 일깨우고 격려하여 준다는 말로 선조들은 매질이 가르침에 있어 소중하다고 여긴 듯하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 학교 체벌이 합법화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절제된 체벌의 교육 효과를 강조하는 찬성론자들은 체벌이 나라를 더 좋아지게 할 것이라고 한다. 벌을 줄 때 절대 화를 내지말라는 등의 효과적인 방법도 소개했다. 물론 반대도 거세다. 야만적이고 비교육적이라는 것이다. 체벌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유럽과 달리 아시아 각국들도 최근 들어 긍정적 분위기가 높아진다는 소식도 있다.

○…학교 체벌을 금지하는 법안이 추진되는 가운데 우리 사회도 찬반 논란이 팽팽하다. 학생 인권 보호를 내세워 반대하는 측과 교단의 자율성 및 교육 효과를 내세워 적정한 체벌을 찬성하는 측의 이견이 맞선다.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상존하는 양면성을 두고 어느 측면을 더 중요하게 여기느냐의 차이다. 최근 학교보다 학원의 체벌이 많고, 학부모와 학생들이 학원의 체벌을 학교보다 더 공정하고 효과가 있다고 여긴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학원에서의 벌은 공부를 못해서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얼마 전 초등학교 1학년의 뺨을 때린 교사와 지각을 이유로 200 대를 때린 고교 교사의 체벌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모두 교육의 차원을 넘어섰다는 게 비난의 초점이었다. 현재 우리 법률이나 법원도 사회윤리나 통념,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넘어서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교사의 격한 감정에서 비롯된 체벌이나 학생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는 체벌은 불법으로 규정, 처벌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회초리를 들 때 나름대로 규율이 있었다. 매를 들기 전 감정을 다스리는 한편 왜 맞는지를 일깨워 주었다. 미워서가 아니라 행동이 잘못됐기 때문에 맞는다는 것을 아이는 물론 스스로에게도 알린 것이다. 체벌이 옳으냐 그르냐는 영원한 숙제일 수 있다. 그러나 회초리에 깃든 훈육의 정신은 결코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니다.

서영관 논설위원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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