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문 차례상' 배달 지연·상한 음식 시민들 '골탕'

"즐거워야 할 한가위에 이게 뭡니까. 환불은 둘째 치고 차례상을 차리지 못해 조상님 뵐 낯이 없습니다"

인터넷으로 차례상을 주문받아 대신 만들어주는 일부 업체가 배달 지연과 부실한 조리 상태로 고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조동수(47)씨는 추석 전날인 5일 저녁부터 당일인 6일 오전까지 차례 음식을 독촉하느라 밤새 전화기만 붙잡고 있었다.

조씨는 "업체로부터 '5일 반드시 도착할 것'이란 다짐을 받았는데 결국 차례를 못 지내게 됐다. 부모 차례상에 주문 음식을 올리느냐며 핀잔을 들을까 걱정했는데 아예 (차례를) 지낼 수조차 없게 되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가까스로 주문 차례상을 배달받았어도 음식이 상하고 부실해 차례상에 올리지 못한 경우도 있다.

기다림 끝에 6일 새벽 2시가 돼서야 주문한 차례상을 받은 최소연(29·여)씨 가족은 밥과 나물 등이 차례상에 올릴 수 없을 만큼 심하게 상한 것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최씨는 "어머니 몸이 불편하고 내가 직장에 다니게 되면서 주문 차례를 지낸 지 6번째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환불을 요구하는 등 공동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최씨 말대로 이 업체 홈페이지에는 배달 지연과 상한 음식으로 추석 차례를 지내지 못하게 됐다는 항의가 5일부터 빗발치고 있다.

한 주문자는 "기다리다 못해 문을 연 할인 마트에서 음식을 사와 차례상을 준비했다"고 말했고, 다른 주문자도 "음식은 오지 않고 업체는 연락이 되지 않는다. 어머니는 아버지 차례를 못 지내게 됐다며 눈물만 훔친다"며 해당 업체를 성토했다.

또 다른 주문자는 "인터넷 차례 대행 업체의 배달 지연과 배송 지연으로 주문자들이 추석 당일 낭패를 보는 사례는 올해가 처음이 아닌데도 스스로 주의하는 것 외에는 달리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며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한 차례상 대행 제작 업체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추석이 대목이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주문을 받아서 그런 것 같다. 과도한 주문량을 맞추느라 미리 만들다 보니 음식도 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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