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몇 가지 곡식을 섞어 드세요?"
웰빙 바람이 불면서 식탁에도 색색의 변화가 일고 있다. 하얀색뿐이던 밥 색깔부터 좁쌀을 섞어만든 노란색, 검은콩과 흑미를 섞은 검정밥, 팥이 듬뿍 들어간 붉은 밥 등으로 다양화한 것. 예전에는 쌀이 귀해 정부 정책으로 '혼식'을 장려했지만, 요즘은 건강을 생각해서 혼식을 하는 가정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농협 달성유통센터에 따르면, 잡곡 판매량은 금액 기준으로 매년 30%씩 늘고 있다. 지난 2004년말 기준 전체 곡물류 매출액은 129억여 원. 이 중 잡곡 매출액은 22억여 원으로 전체 곡물류의 17% 선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엔 잡곡 매출액이 30억 원 대로 올라섰고, 매출 비율도 22% 선에 육박했다. 올 들어 9월까지 매출액도 급상승세다. 곡물류 매출 총액은 101억 원. 이 중 잡곡 매출만 27억 3천여만 원으로 비율이 무려 27%에 육박한다. 연말이면 30%까지 차지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잡곡류 매출 비율이 2년 새 2배 가까이 늘어난 셈.
대백프라자점 식품팀 배준용 대리는 "절대 매출 금액으로 비교하면 쌀과 잡곡류의 비율이 8대 2 정도로 쌀의 매출이 월등하지만, 판매 수량으로 봤을 때는 포장 단위가 작은 잡곡류가 더 많이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밝혔다. '이밥(쌀밥)에 고깃국'을 가장 귀한 음식으로 쳤던 1960, 70년대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변화다.
잡곡밥이 인기가 높은 것은 쌀밥에서는 부족한 영양소를 갖가지 잡곡들을 통해 보완해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여러 잡곡 간에 상호 보완작용을 이뤄 체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산성 체질을 알칼리성 체질로 개선하면서 혈액을 맑게 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또 잡곡의 풍부한 섬유소가 오장육부를 튼튼히 하고, 신진대사 작용을 활발하게 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녀들이 아토피를 앓고 있는 경우에도 잡곡이 효과적이다. 대부분 농약을 쓰지 않고 재배된 무공해식품이기 때문. 또 다이어트에도 잡곡밥이 효과적이어서 요즘은 젊은 여성들도 잡곡밥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는 적은 양을 먹어도 쉽게 포만감이 느껴지면서 오랜시간 유지되는 장점이 있고, 각종의 미량 영양소가 듬뿍 들어 있어 굶어서 살을 빼는 다이어트에 비해 건강을 해칠 염려도 적다는 이유다.
▶ 잡곡의 효능 = 잡곡은 종류에 따라 그 영양소와 효능이 달라 자신의 체질에 맞춰서 먹는 것이 좋다. 사상 체질별로 봐서는 태양인에게는 위와 장 등 소화기 기능을 튼튼히 해 줄 수 있게 하는 메밀, 태음인은 비만을 막아주는 콩·현미·율무·고구마 등이 좋다. 또 소양인은 철분과 단백질이 풍부한 보리, 소음인에게는 소화기능을 강화해 줄 수 있는 찹쌀과 감자 등이 추천 곡식이라고.
하지만 그 성분을 따져가며 자신에게 부족한 기능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잡곡을 적절히 '조제'해 먹는다면 더욱 효과적이다. 소화 기능이 약해 조금만 먹어도 속이 거북한(속이 쓰리고 배가 부르며 트림이 나는 등) 사람에겐 찹쌀이 좋다. 찹쌀이 위벽을 덮어주기 때문. 그러나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 먹으면 오히려 소화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보리는 식이섬유로 인한 배변효과가 뛰어나고 변비예방, 간을 보호하며 소화를 돕는 알칼리성 식품이다.
현미는 쌀을 도정할 때, 벼의 껍질만 벗기기 때문에 배아와 쌀겨가 그대로 남아 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기초 영양분이 풍부하고, 비타민, 칼슘, 인, 철분 등이 함유돼 있어 현미는 질병과 공해에 강한 체질을 갖게 하고 뇌를 건강하게 하며 대장과 폐를 보호하는 곡류이다. 위장병과 변비를 해소하는 기능이 있고 특히 현미의 배아는 암을 방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밭에서 나는 쇠고기'로 불릴 만큼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콩과 팥. 그 효능은 이것뿐이 아니다. 콩과 팥에는 쌀에 부족한 비타민 B군(B1·B2·니아신)이 풍부해 피로회복에 뛰어난 효능을 나타낸다. 이 비타민들은 몸 안에서 에너지(열량)가 빨리 생성되도록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 칼륨이 풍부해 혈압을 조절하고 몸의 부기를 빼주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그 외에도 율무는 비만과 암을 예방하고, 검정깨는 세포를 건강하게 해 기억력을 높여주며, 조는 몸에 쌓인 열을 내리는 데 효과적이다.
▶ 어떤 상품이 있나 = 처음부터 너무 많은 잡곡을 섞어 먹으면 오히려 거부감이 일 수 있으니 조금씩 그 양을 늘려 나가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한 가지 잡곡을 선택해 10분의 1 정도의 양으로 시작해 맛에 익숙해지면 자신의 체질에 맞는 잡곡을 2, 3가지 더 늘려 가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주부들은 편리함 때문에 여러가지 잡곡이 적절하게 섞인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롯데백화점 친환경농산물 전문매장인 '올가'에서는 무농약 9곡 영양밥을 1만 2천 원에 판매하고 있다. 현미찹쌀과 현미, 보리찹쌀, 흑미, 백태, 검정콩, 차조, 약콩으로 구성됐다.
동아백화점 쇼핑점에서 특히 인기 있는 품목은 찹쌀, 현미, 찰흑미, 보리, 찰보리, 녹쌀, 율무, 차조, 기장, 차수수 등 16가지, 26가지 잡곡이 섞여 있는 혼합곡류 제품. 이 제품은 콩 등이 잘게 부수어져 있어 먹기에도 편하며, 특히 어린이들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어 인기가 좋다. 16가지 혼합곡은 1kg에 7천500원, 26가지 혼합곡은 1kg에 8천 원이다.
또 대구백화점에서는 보성특별재배미 현미(1kg 8천500원), 늘푸른 흑진주현미(500g, 5천 원), 늘푸른 햇보리쌀(1kg, 1천800원) 등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검은색 식품의 돌풍 영향으로 찰흑미도 인기를 얻고 있다. 백미에 조금 섞어 먹으면 구수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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