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대구 북구 구암동 한라아파트 690가구에 아파트 하자보수비 4억 원이 '떨어졌다'.
하자보수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주민들은 비만 오면 물이 새는 지하주차장과 금이 간 아파트 외벽을 고치고 집 앞 화단을 깔끔하게 다듬을 준비에 들떠 있다. 이 4억 원은 3년간에 걸친 법정 소송의 결과. 신병혁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입주 뒤 3년동안 일어난 25가지의 하자 책임을 물어 시공사에 2억 원을 요청했지만 외면당했다."며 "이에 아파트 주민들이 똘똘 뭉쳐 소송을 제기해 당초 금액보다 2배나 되는 하자보수비를 '쟁취'할 수 있었다."고 했다.
대형 건설업체들의 부실 공사, 과대 분양 광고에 맞선 아파트 입주민들의 권리 찾기가 보편화되고 있다.
아파트 하자에 대한 입주민들의 법정 소송과 전문 대책위원회 발족이 잇따르고 시공사의 과장 광고에 따른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
지난해 입주한 대구 북구 침산동 A아파트 100여 가구의 경우 시공사가 '최적의 일조권을 보장한다.'고 광고했지만 하루하루가 그늘의 연속이다.
40층짜리 2개 동이 20층 높이의 2개동을 완전히 가리고 있기 때문. 이에 주민들은 연일 비상대책회의를 하며 법정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일조권 시뮬레이션 조사를 통해 정확한 피해 정도를 찾아내고 법적 기준에 미달할 경우 해당 건설업체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것. 한 동대표는 "건설업체는 분양 카탈로그에 나와 있는 수영장과 골프장도 아예 짓지 않았다."며 "일단 분양부터 해 놓고 보겠다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구 수성구 사월동 B아파트 500여 가구는 소음 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경부선 철도에 인접한 아파트 주민들이 소음 공해에 시달리고 있지만 건설업체가 방음 문제에 소홀했다는 것.
아파트 건설업체는 완벽한 방음 시설을 갖췄다고 했지만 방음벽을 너무 낮게 설치해 실제 사정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과장 광고와 철도공사 및 행정기관의 주먹구구식 사업 승인이 소송 대상"이라며 "주민들의 동의가 모두 끝나는 다음달쯤 법원에 소장을 낼 예정."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달 말 전국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연합회(전아연) 대구지부가 개최한 제1차 하자대책위원회 회의에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 동별대표와 부녀회 임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주택법 시행령에 따른 아파트 하자 범위는 균열, 처짐, 비틀림, 파손, 누수 등 17개 분야. 아파트 하자가 적지않지만 업체들이 하자 보수를 외면하거나 주민들이 잘 몰라서 하자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
이재윤 전아연 회장은 "하자대책위는 하자로 고통받고 있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권리를 찾아주기 위한 전국 첫 모임"이라며 "분야별 전문가와 대학교수, 환경NGO 단체들과 연합해 개별 아파트들의 하자 문제 해결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파트 소송 전문 김병진 변호사도 "최근 대구 아파트 입주민들과 시공사간 소송 건수는 연평균 10여 건으로 크게 늘었고, 소송직전 협의가 이뤄지는 경우는 이보다 훨씬 많다."며 "이제는 아파트 정보를 인터넷에서 공유하는데다 주민들 스스로도 적극 권리 찾기에 나선 결과"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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