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렇게
네 모습이 봄날 나비로 보였다
그 샛노란 봄으로
너는 날아가고 있었다
우주의 그 깊디깊은 한가운데로
펄럭거리며
솜털보다 가벼운 날갯짓으로
나도 그렇게 네 곁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천 년도 더 지켜온 이별의 손짓
그리하여
흑백사진처럼 낡아서 슬픈,
서슬 푸른 비수로
내 가슴을 에이고, 그렇게
너는 이 계절의 끝을 돌고 돌아서
이제 시린 하늘 밑 떠나가고 있었다
가을에, 샛노란 잎을 달고 있는 은행나무를 본다. 나무의 빛깔은 언어로 형용할 수 없도록 아름답다. 바람 불어 잎 떨어질 때도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봄날 나비'처럼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은 떠날 때를 알아, '우주의 그 깊디깊은 한가운데로/ 펄럭거리며/ 솜털보다 가벼운 날갯짓으로' 떠나는 초월자를 보는 것이다. 저 은행나무의 변신은 가을이면 어김없이 반복되어 '천 년도 더 지켜온 이별의 손짓'이다.
산 자는 '흑백사진처럼 낡아' 떠나기 마련이다. 다만 은행잎처럼 아름답게, 가벼운 날갯짓으로 떠나는 법을 익혀야 하리.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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