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법원에서 정리된 수능시험 '쟁점'

원자료 정보공개…부정행위 적발시 '시험무효'

대학수학능력시험(16일)을 앞두고 매년 수능 이후 성적 산출, 정보공개 범위, 부정행위자 처리 등을 놓고 빚어진 분쟁에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가 관심을 모은다.

15일 각급 법원에 따르면 법원은 수능 정보공개의 경우 총점 분포표와 개인별 석차는 공개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반면 연구 목적의 수능 원데이터(原資料·raw data) 공개 요청에는 응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점수 산출방법의 적법성을 둘러싸고 벌어진 소송에서는 시험 주체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성적 산출방법을 존중해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원자료 공개 vs '가공 정보' 비공개 = 수능 관련 정보공개와 관련해 법원은 전국 성적분포표·개인별 석차 등 '가공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가공되지 않은 원자료는 공개하라는 입장이다.

서울고법은 2004년 신모씨 등 6명이 "수능 원점수와 변환점수의 총점 기준 누가성적분포표, 원점수와 변환점수의 총점 기준 개인별 석차를 공개하라"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청구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재판부는 "현실적으로 대학 선호도에 우월이 존재하고, 성적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불편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각 대학이 다양한 전형방법을 도입해 원점수와 변환표준점수의 총점이 입학전형에서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고 수험생에게는 영역별 점수 성적표가, 학교에는 영역별 성적분포표가 제공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정보공개는 총점 중심의 대학 서열화 등을 초래해 공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결했다.

반면 서울행정법원은 올 9월 모 대학 교육학 교수 등 3명이 "2002∼2005학년도 수능 원데이터(학교별 포함)와 2002년도, 2003년도 학업수준 평가 연구자용 분석자료를 공개하라"며 교육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수능 원데이터를 공개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수능 원데이터는 문제 선정과 채점 등 공정한 시험 시행을 위한 업무와 관련한 것이 아니라 수험생들의 답안지를 채점해 결과를 기록한 것으로서 공개된다 해도 시험의 공정성을 해치거나 평가나 판단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는 수능 원데이터를 가공하면 고교·지역별 학력 격차는 물론 평준화 또는 비평준화 지역 간 학력 격차도 비교할 수 있어 '고교 서열화'를 조장할 수 있다며 항소한 상태다.

◇"성적 산출방법은 평가원 재량" = 서울고법은 2005학년도 수능시험을 치른 뒤 지망 대학에 불합격한 유모씨 등 3명이 "백분위점수 산출과정에서 생긴 오류로 피해를 입었다"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표준점수 및 백분위 산정처분 무효확인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측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점수를 단순비교할 경우 어느 영역·과목을 선택했느냐 하는 우연에 따라 점수 차이가 발생하는 불합리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 반면 원점수의 분포를 '영역별 분포에서의 위치'를 나타내는 표준점수나 '상대적 서열'을 나타내는 백분위를 기준으로 할 경우 성적을 합리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표준점수 및 백분위를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도 위법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2005학년도 모 명문대 2차 전형에서 근소한 점수 차로 탈락한 유씨 등은 "소수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한 정수(整數)로 표기한 표준점수에 의해 백분위를 산정해 성적 산정이 왜곡됐고, 이 때문에 대학에 불합격해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냈다가 1심에서 패하자 항소했다.

◇부정행위 적발시 '무효' = 법원은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적발될 경우 수능시험 성적을 무효 처리하는 교육 당국의 '엄한' 처분이 공익적 측면에서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과거 수능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들통나 무효 처분을 받은 대학생 김모씨가 "대학 3학년까지 마쳤는데 과거 부정행위로 인해 수능 성적이 무효 처분되면 대학을 그만둬야 해 너무 가혹하다"며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낸 수능성적 무효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시험과정에 부정행위가 개입될 경우 우수 인재를 선발해 양성하는 대학의 교육 목적을 침해하며, 부정행위가 발각됐는데도 장기간 세월이 흘렀다거나 입학 이후 우수한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는 이유로 구제된다면 경쟁원리가 심각하게 왜곡되고 부정행위가 만연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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