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박상국 作 '가슴에 그리는 수채화'

가슴에 그리는 수채화

박상국

꿈 속에서 보았던 사람은 잊을 수 있으나

꿈을 꾸게 한 사람은

잊을 수 없는 것은

사랑의 언약 때문이고

내 안의 너는 그리움이었으나

내 밖의 너는 애증(愛憎)인 것은

사랑의 욕심 때문이다

그러면서 장승이 신열 앓듯

기다리며 꿈꾸는 것은

죽어버릴 것 같은 사랑의 환상 때문이니

사랑한다는 것은

가슴 깊은 곳

지워지지 않게 그리는 수채화

'나' 아닌 '남'을 '나'보다 더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는 감정이 '사랑'입니다. 그러기에 아름다운 감정이지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감정이기도 하지요. 참으로 인간적 감정이기에 '사랑'에는 환희와 미움과 집착과 그리움이 얽혀있습니다. 그래서 '내 안의 너는 그리움이'지만 '내 밖의 너는 애증(愛憎)'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랑은 때로 희망이 되었다가 때로 절망도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랑은 어떤 경우에도 인간에게 '꿈을 꾸게'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그 꿈으로 가슴 깊은 곳에 수채화를 그리는 것입니다.

사랑은 온갖 상처로 앓지만 끝내는 아름다움으로 남습니다. 가슴에 그리는 수채화입니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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