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부도심 시대'] (상)현주소는 어떤가

대구의 부도심은 어떻게, 얼마나 팽창하고 있을까.

2020 대구 도시기본계획의 4대 부도심은 하나같이 택지개발과 역세권을 영양분으로 삼아 세포분열을 거듭해 왔다. 택지개발지구를 통해 유동 인구를 늘리고, 뒤이어 역세권이 들어서면서 상가, 학원가가 밀집하게 된 것.

이제 부도심의 사람들은 굳이 시내에 나갈 필요 없이 그들만의 부도심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

◆안심 부도심

▷동호지구

결혼 8개월째인 전재민(34), 이은지(28·여) 씨 부부는 인생의 새 출발을 안심 동호지구에서 시작했다. "집 구하려고 이곳저곳 아무리 돌아다녀도 여기만한 곳이 없었어요. 상가가 많아 생활하기에 좋고, 지하철 바로 옆이라 교통도 편리해요." 부부는 "또래의 젊은 신혼부부나 초교생 자녀를 둔 30, 40대가 많이 산다."며 "논과 밭 천지였던 동호지구가 이렇게 변할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했다.

젊은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인터넷 문화도 잘 발달해 있다. 동호지구 사람들이 만든 한 포털 카페에는 부동산 정보에서부터 개별 아파트 커뮤니티, 유치원 개원, 동대구 나들목 통행세 등과 관련된 동네 이야기가 연일 펼쳐지고 있다.

지난 5일 찾은 동호지구 주민들은 "매일같이 아파트 입주와 상가 오픈이 이어진다."고 했다.

지난 2004년 개점한 대형할인점이 가장 먼저 이곳을 주목했고, 할인점 주위로 20여 개의 의류전문점이 밀집해 있다. 나머지 땅에는 민영 아파트 개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하철 1호선 각산역 맞은편에도 상가 건물이 빼곡히 들어찼고 '축 입점 확정'이라는 현수막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지(고산 1, 2, 3동)

지하철 2호선 신매역. 일대 1만여 평의 골목 골목이 학원가, 식당가로 뒤덮여 있다. 동네 사람들이 학원 골목이라고 부르는 곳엔 5~7층 규모의 20여 동 건물에 100개 가까운 학원이 몰려 있었다. 좁디좁은 건물과 건물 사이엔 새 건물들이 또 올라오고 있었고 건물 외벽엔 '학원 입점 확정'이라는 현수막이 어김없이 걸려 있었다. 한 임대업자는 "지하철 2호선 개통 이후 학원들이 더 몰려드는 것 같다."며 "좋은 학군과 편리한 교통이 서로 상승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신매동 공영주차장 주변은 미니 동성로라 불리는 곳. 동서남북 사방으로 음식점, 술집, PC방이 밀집해 있다. 한 음식점 사장은 "택지개발지구의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한 퓨전요리점들이 많다."며 "'○○시지점'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체인점들이 많이 들어서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개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08년까지 4천 가구 규모의 사월지구 입주가 이어진다. 올 해 들어 사월지구 및 사월지구와 바로 붙어 있는 경산 정평, 대평 택지개발지구 생활권을 노리고 대형 할인점과 극장이 새로 문을 열었다.

◆칠곡 부도심

칠곡 부도심은 규모 면에서 대구의 위성도시라 할 만큼 큰 구역을 형성하고 있다.

팔달교를 넘어서자마자 마주하는 매천동 일대는 공사가 2009년 말쯤 마무리되면 3천675가구, 1만1천907명이 새 칠곡 식구가 된다. 이게 끝이 아니다. 매천동 서편 금호지구 택지개발사업의 7천400여 가구, 2만4천여 명이 역시 2009년까지 합류한다. 또 학정, 칠곡 4지구에서도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고, 2010년 이후에는 학남고교 동편 도남지구 택지개발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매천동을 지나 태전삼거리부터 동천동 홈플러스까지는 끊임없이 상가가 이어진다. 태전삼거리에서 지하차도까지가 칠곡 전체 상권의 중심. 동천동으로 들어서자 위락시설로 가득한 상업지구가 나타났다. 팔거천을 따라 도시전철 3호선이 들어서면 추가 상권 팽창도 초읽기다.

이광호(30·북구 태전동·회사원) 씨는 "출퇴근 이외에는 칠곡 안을 떠나지 않는다."며 "10대, 20대는 태전동 대구보건대학 부근 대학로, 30대 이상은 동천동 일대를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초교생 때부터 칠곡에 살고 있다는 이정화(20·여·북구 읍내동·학생) 씨는 "문화 생활을 즐기고 싶을 때나 시내 중심가로 나간다."며 "아직 칠곡엔 영화관이나 고급 쇼핑몰이 들어서지 않은 때문인데, 동천동 상업지구 안에서 7개 영화관을 갖춘 멀티플렉스 공사가 한창이어서 기대가 된다."고 했다.

◆달서·성서 부도심

성서택지개발지구에 10년째 살고 있는 오지환(25·달서구 용산동·학생) 씨는 좀처럼 도심에 나갈 일이 없다. 택지개발 후 지하철 2호선 역세권이 덩달아 형성되면서 모든 소비, 문화 생활이 가능해진 때문. 용산역~성서공단역 사이에 대형소매점이 두 개나 들어섰고 계명대역과 가까운 달서구 호림동엔 대형 의류 쇼핑몰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성서공단역에는 영화관을 갖춘 멀티플렉스까지 들어섰다. 달서, 성서부도심은 중구 CBD(Central Business District, 중심업무지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다른 부도심에 비해 업무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달서 부도심엔 내년 3월 완공될 대구지법 서부지원 및 대구지검 서부지청 등 법조타운이 함께 들어선다. 인접한 성서부도심에는 대한지적공사, 국민연금관리공단, 조달청 등이 이미 들어와 있다.

이미 거대 부도심으로 성장한 달서, 성서 부도심은 단일 생활권으로 주민들을 묶어두고 있다. 성서 부도심 한가운데 살고 있는 김현옥(45·여·달서구 이곡동) 씨는 "굳이 도심에 나갈 일이 없다."며 "대형서점이 없다는 게 조금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손경수 달서구청 도시계획팀장은 "성서 부도심~달서 부도심에 이어 상인·대곡지구~호림동 상업지구 사이의 고리가 연결되면 달서구 전체가 거대 부도심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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