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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서정윤 作 '겨울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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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람

서정윤

들어가고 싶어, 너에게

너의 깊숙한 틈 사이로

혼자 바쁜 심장, 속 영혼이 있는 곳까지

들어가 나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바늘구멍 문풍지를 흔들며

황소 떼를 몰고 들어오듯이

붉은 단풍 색깔이 물관을 타고 올라와

잎맥 구석구석 퍼져 나오듯

너의 온몸 은밀한 곳까지

나의 표식을 칠하고 싶어.

남기고 싶어

물길 떨어지는 자리의 바위보다 더

너의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

나의 체취를 남기고 싶어.

그래서

너의 전신으로 행복해지는 소리를

나의 속에 가두어 오래오래

가지고 싶어.

'겨울바람'은 옷깃을 여미고 여며도 몸 안으로 깊이 파고듭니다. 한사코 파고드는 이 '겨울바람'을 막으려 하지 마시고 '내 안'으로 들어오고 싶어하는 '너'로, 혹은 '너의 깊숙한 틈 사이로' 들어가 흔적을 남기고 싶어하는'나'로 환치시켜 보시면 어떻겠습니까? 이를테면 '너의 온몸 은밀한 곳까지/ 나의 표식을 칠하고 싶어'하는 '나'를 떠올리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인간이 '바람' 같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세상에서 '바람'처럼 사라지는 존재입니다. 그러니 '너의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 체취를 남기고 싶은 것입니다.

몸 안으로 파고드는 이 '겨울바람'에서 간절한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봅니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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