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되냐?'고 퉁박을 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다릅니다. 호박에 줄 그으면 수박됩니다. 성형수술 기술의 발달 덕분이지요.
외모가 경쟁력인 시대입니다. 예쁘고 잘생기면 모두 용서된다고들 합니다. 물론 이 말에 동의 하지 않는 분들도 많겠지요. 그러나 적어도 성형외과 대기실안에서는 이 말이 절대적인 힘을 갖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둔 성형외과는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특히 올해는 월요일까지 이어지는 3일 간의 크리스마스 연휴에다 신정 연휴까지 있어 성형외과는 손님(?)들로 북적입니다. 대구 지역 상당수의 성형외과들은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상담 및 수술 예약 환자가 30%가량 늘어났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한 성형외과를 찾았습니다. 대기실에는 사람들로 빼곡했었습니다.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갖겠다는 이들이지요. 오늘의 아픔을 참고 내년의 멋진 크리스마스를 기약하겠다는 뭐 이런 생각 아니겠습니까.
대기실에는 지천명(知天命·50)의 나이를 넘어선 아줌마도, 솜털이 보송보송한 얼굴의 고3 수험생도 조금이라도 더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보겠다고 난리입니다. 예뻐질 수 있다면 퉁퉁부운 얼굴로 '방콕'에 틀어밖혀있는 크리스마스 쯤이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답니다. 한 해 고통을 감수하면 내년, 내후년 크리스마스는 더욱 즐거울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안고 말이죠.
크리스마스 연휴 특수를 누리고 있는 성형외과 현장을 가봤습니다.
◇ 크리스마스 연휴 앞둔 성형외과 풍경
미에 대한 인간의 갈망은 끝이 없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는 식욕, 성욕 등과 같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기 때문이다. 성형광풍의 한국. 성형외과는 여전히 사람들로 넘쳐났다. 아예 성형공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대기실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고, 수술실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 크리스마스 성형붐
"성형을 하면 당분간 바깥 출입이 힘들잖아요. 연휴가 끼일 때 하는 것이 좋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성형외과를 찾은 사람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옛날처럼 성형수술 했다는 사실을 비밀로 꼭꼭 숨길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수술 직후 부풀어 오르고 멍이 든 망가진 모습을 남에게는 보이기 싫다는 것. 그래서 장기간의 연휴가 끼면 성형외과는 반짝 성수기를 맞는다.
지난 7일 점심시간 직후 찾은 대구 동성로의 한 유명 성형외과. 이 병원 역시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수술을 하려는 환자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간호사에게 물어봤더니 "의사가 세 명이라 아직까지 연휴 수술 스케줄에는 여유가 좀 있는 편이지만 평소에 비해 상담을 하는 환자수는 50%가량 늘어났다."고 귀뜸했다.
대기실에는 남자친구와 함께온 20대 여성에서부터, 50대의 중년 아줌마,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단체로 성형수술을 하려는 여학생들까지 20명의 환자가 대기중이었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은 단체 쌍꺼풀 수술 환자. 김가영(17·가명) 양은 "혼자 수술하려니 무서워서 같은 반 친구 2명과 함께 수술대에 오르기로 했다."며 "크리스마스에 성형수술이라니 조금 우울한 감도 있지만 같이 수술하는 친구들과 집에서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내면 외롭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 상담실 엿보기
점심시간이 끝나고 진료가 시작되면서 의사와 함께 상담실로 들어가봤다. 첫번째 환자는 20대 학원강사. 그녀는 "쌍꺼풀 없는 작은 눈이 불만이어서 8년째 쌍꺼풀을 만들어주는 테입을 눈꺼풀에 붙이고 다녔다."며 "기왕 수술을 결심한거, 코를 높이는 수술까지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의사는 그녀에게 쌍꺼풀 수술은 하면 좋겠지만 코 수술은 권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한쪽 턱으로만 음식물을 씹는 습관 때문에 얼굴 좌우의 균형이 심각하게 깨진 상태이기 때문에 오똑한 콧날이 오히려 얼굴이 비대칭을 강조하는 역효과를 낸다는 것.
김덕영 원장은 "수술하면 무조건 예뻐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며 "사람마다 이목구비의 균형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황금비율로 조절해 줄 수 있느냐가 수술의 관건"이라고 했다.
다음 환자는 성형외과에서 보기 드문 남성. 요즘은 성형에 관심이 많은 남성들도 꽤나 많다지만 성형외과를 찾는 환자의 비율은 역시 여성이 압도적인 것이다. 37세의 그는 교통사고로 얼굴이 망가져 '미용'이 아닌 자신감 회복을 위한 성형수술이 필요한 상태. 이미 상담을 마치고 오늘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였다. 콧날도 엉망으로 휘어지고, 잇몸이 안으로 밀려들어간 상태였으며, 눈의 크기도 오른쪽 눈에 비해 왼쪽 눈은 절반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심하게 났다. 그는 이날 오후 코날 성형과 눈 성형을 함께 받았다.
성형수술을 했다 해도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아 재수술을 요구하는 경우도 잦다. 두 번이나 쌍꺼풀 수술을 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5년만에 재수술을 해 달라며 병원을 찾은 환자도 있었다. 30대의 이 여성은 "쌍꺼풀의 크기가 작고 라인이 선명하지 못해 맘에 들지 않는다."며 재수술을 요구했다. 앞트임과 뒤트임, 부분절개법까지 따져가며 마음에 드는 쌍꺼풀 모양을 상담한 이 환자는 크리스마스 연휴 직전인 금요일에 수술을 예약하고 상담실을 나섰다.
김 원장은 "성형수술에도 유행이 있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가장 많은 것은 눈과 코 성형"이라며 "얼굴 중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오는 부분이 눈과 코이기 때문에 성형의 효과가 큰데다 다른 안면윤곽성형 등에 비해서 비교적 간단한 수술에 속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 성형외과 간호사들, 성형할까?
취재를 위해 몇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는 사이 문득 한 가지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이 병원 간호사들은 유난히 예쁜 여자들이 많다는 것. 다분히 기자의 주관적인 견해지만 말이다. 그래서 상담실을 나와 잠시 간호사실로 들어가봤다. 성형수술 현장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간호사들은 성형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고, 실제로 성형을 하는 경우는 얼마나 되는지 궁금했다.
간호사들은 성형외과에는 다른 병원에 비해 간호사를 채용할 때 유난히 미모를 많이 따진다고 했다. "수술을 하려는 여성들의 투지를 불타게 할 만큼 예쁜 미모면 훨씬 좋지 않겠어요? 저희 병원도 간호사 한 명 채용하는데 20명 넘게 면접을 봐서 뽑았다니까요."
자연산 미인은 많지 않았다. 이 병원 12명의 간호사들 중 자연산 미인은 단 1명. 나머지 11명 전부가 쌍꺼풀 수술을 했고, 코를 세우고 턱을 깍은 경우도 있다고 했다. 김모(27)간호사는 "병원에 있다보면 수술을 통해 얼마나 얼굴이 바뀔 수 있는지 차이를 극명히 볼 수 있기 때문에 성형을 하는 경우가 유난히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피 튀기고, 뼈를 깍아내는 현장을 고스란히 지켜보고 나면 끔찍스럽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모두들 웃음이 터졌다. "여자들한테 물어보세요. 아프다고 성형 안하려는 사람들 있는가. 뼈를 깍는 고통은 잠시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자신감은 평생을 가죠."
그 중 한 명은 다음날 코 성형수술을 하기로 돼 있다고 털어놨다. 병원의 원장님이 세미나에서 수술시연을 보일 일이 있어 환자를 자원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공짜로 수술받고 좋은데다, 평소에 원장님 수술하시는 걸 늘 봐왔으니 그만큼 믿음도 간다."며 절호의 기회라며 웃었다.
성형수술 현장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간호사들 마저 성형예찬론을 늘어놓을 정도니 가히 '성형공화국'다운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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