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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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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는 다양한 정신증상을 가진 인간군상들이 등장한다. 몸이 기계부품으로 조립된 사이보그라고 믿는 소녀(임수정), 모든 잘못을 자기 탓으로 돌리며 죄사함의 의식으로 뒤걸음질로 다니는 죄책망상에 시달리는 사내, 부러운 사람의 정체성을 훔쳐서 자기 것인 양 행동하는 다중인격장애 일순(정지훈)등이다.

주인공 영군은 음식을 먹으면 기계가 고장난다며 식사를 거부하고, 음료수 자판기와 대화를 하고, 무당벌레가 이끄는 수레를 타고 구름 속으로 날아오르고, 하이디처럼 드레스를 입고 요들송을 부르며 초원을 뛰어다닌다. 증오의 대상도 쉽게 응징할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다. 팔만 뻗으면 총알이 위력적으로 발사된다. 피터팬이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판타지 속에서 살아가는 영군은 몸은 어른이지만 사고체계는 어린 아이 단계에 머물고 있다.

인간은 자신이 이미 확립한 정신구조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고 환경의 현실적 요구에 직면하며 기존 인지체계를 변화시켜 외부세계에 적응해나간다. 인지심리학자 피아제의 관점으로 본다면, 사이보그 영군의 인지발달단계는 전 조작기적(preoperational)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만 2~7세의 어린이가 할 수 있는 생각으로 비논리적이고 체계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생물과 무생물을 구분하지 못하고 인형도 생명이 있다고 여기며, 친구처럼 대화를 한다. 나무도 꺾으면 아프다고 느끼는 등 물리적 대상도 감정이 있다고 느끼는 심리현상을 보인다. 유치원생이 삼각함수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른이 구구단을 모른다면 분명 비정상인 것처럼, 전 조작기적 단계의 사고에 머무르는 주인공의 사고체계는 퇴행의 결과이거나 무의식적 갈등의 상징적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외부 세계와 고립되어 외할머니와 단둘이 지낸 영군은 할머니가 의존대상이었고, 할머니의 생각은 고스란히 영군에게 전달되었다. 쥐 망상을 가진 외할머니는 무로 연명하며 쥐들이 자식이라고 여기며 밥을 퍼다주었고, 영군은 귀머거리인 할머니에게 라디오를 들려주며 자신은 점차 사이보그가 되어간다. 외부와 동떨어져 지내는 자매나 모자간에 비슷한 망상을 나누어 가진 경우를 공유 정신병적 장애(shared psychosis)라고 한다. 영화감독은 외할머니와 영군의 공유정신병을 통해 떼어놓을 수 없는 모자간의 운명을 이야기하려한 것이 아닐까.

김성미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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