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소도시 약국·병원 "돈구경 못한지 몇달째"

건강보험공단 "내년 1월 일괄지급"

"돈 구경 못한 지 벌써 석 달째입니다. 공신력이 생명인 정부 부처가 한해 예산 규모도 내다보지 못한다니…."

안동시내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김모(48) 씨는 요즘 때아닌 자금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벌써 3개월째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의료비가 지급되지 않고 있기 때문. 연말이 다가오면서 이곳 저곳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이 자주 약국을 찾아 오는 것에도 무척 신경이 쓰인다. 사정을 잘 아는 영업사원들이 말은 않지만 방문 자체가 밀린 약값 독촉이다. 그래서 김 약사는 최근 가족들에게서 1천여만 원을 빌려 약값 일부를 갚았다.

기초생활보호대상자 등 정부가 의료비를 부담해주는 의료급여대상자들이 많이 사는 지역의 약국은 환자 자부담이 없어 말 그대로 돈구경하기 더욱 힘들다. 영주시내 약사 이모(45) 씨는 제약회사에 밀린 약값이 무려 4천만 원이나 된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보건복지부의 의료비 관련 예산 3조 4천억 원이 바닥난 지 3개월째, 건강보험관리공단의 의료비 지급 불능 상태가 계속되면서 약국뿐만 아니라 재정형편이 안 좋은 병·의원들도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제약회사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약국과 병원으로부터 약값이 밀리면서 돈가뭄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약국과 병·의원 관계자들은 "정부가 재원도 고려치 않고 성급하게 의료급여대상자를 대폭 확대하는 바람에 의료비 지급체계가 혼란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19일 현재까지 보건복지부가 밝힌 미지급 의료비 규모는 무려 5천596억 원. 연말까지 가면 6천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건강보험관리공단 측은 전망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기초의료보장팀 관계자는 "미지급 의료비는 내년도 예산이 확정된 이후 내년 1월 20일에서 25일 사이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일괄 지급될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내년도 예산을 국비 3조 5천억원으로, 올해보다 9천억 원 더 책정했다. 지방비까지 포함할 경우 모두 4조 6천억 원으로 올해 3조 4천억 원보다 1조 2천억 원이 더 늘어나게 된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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