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서 배구인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는 없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배구계에 반드시 돌아오겠다"
한국 남자배구의 간판으로 활약했던 '월드 스타' 김세진(32.전 삼성화재)은 2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삼성화재와 LIG 경기가 끝난 뒤 열린 은퇴식에서 이렇게 힘주어 말했다.
김세진은 "지도자로 코트를 다시 밟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나중에 행정적 업무 등 궂은 일을 하든, 돈을 많이 벌어 재정적 지원을 하든 한국 배구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난 1990년대 한국 남자 배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라이트 공격수이자 소속팀 삼성화재의 겨울리그 9연패를 이끈 스타 선수로서 배구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을 나타낸 것이다.
김세진은 초등학교 4학년 때인 1983년 배구에 입문한 뒤 1992년 만 18세의 나이로 최연소 국가대표에 발탁됐고 무릎과 발목, 허리 등 부상으로 여러 차례 수술대 위에 오르면서도 강한 의지로 재기해 1997년과 2000년, 2002년, 2004년 등 네 차례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뽑히기도 했다.
그는 2005-2006 시즌이 끝난 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의 만료를 뿌리치고 은퇴한 뒤 지난 4월부터 건설업체인 JMC에셋의 개발사업부 이사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김세진은 "배구보다 쉬운 것은 없는 것 같다"면서 "배구계를 아예 떠난 것이 아니고 내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섭섭하지는 않다. 후배들이 너무 잘하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또 "은퇴를 결심하면서 지도자의 길도 생각해봤지만 아무래도 내가 지도자 역량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무엇이든 하든지 잘할 자신이 있었고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새로운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 잠을 세 시간 밖에 자지 못하면서 일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 술을 자주 마시고 사람들도 많이 만난다. 건설업 쪽에 사전지식이 없어서 힘들고 상대방이 나를 운동하는 사람으로 편견으로 대할 때 쉽지 않다"고 초보 사업가로서 어려움을 털어놨다.
은퇴한 뒤 건설업에서 일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은퇴 후 사회생활을 하고 싶었고 이전부터 건설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2년 전부터 건설업에 계시는 분들을 알았고 사실상 코트를 떠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세진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지금은 다 똑같다. 매일 힘들었고 패한 경기나 이긴 경기나 모두 생각난다. 옥천 집에 가서 보니 초등학교 5학년 때 유니폼이 있었다. 그동안 지나쳐온 선배들이나 후배들 모두 소중하다"고 답했다.
모델 김효진씨와 사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세진은 "교제를 한지 1년 정도 됐는데 앞으로 2년 동안은 결혼할 계획이 없다. 한 차례 결혼에 실패한 적 있기 때문에 최대한 안정적이고 편안할 때 결혼하겠다"고 말했다.
김세진은 구단이 마련한 은퇴식에서 행운의 황금열쇠를 선물 받고 삼성화재의 전성시대를 함께 했던 센터 김상우와 '갈색 폭격기' 신진식 등 옛 동료로부터 축하의 꽃다발을 건네받았다.
또 구단 명예의 전당에 최초로 헌액되기 위해 경기장에 모인 팬들의 환호 속에 핸드 프린팅 행사를 가졌다.
그는 "마지막까지 눈물을 참으려고 했는데 가슴이 아프다. 그동안 사랑해주신 팬들이 없었다면 제가 코트에 서는 의미나 힘은 없었을 것이다. 제가 창단 멤버로 들어와 은퇴한 삼성화재를 앞으로 많이 응원해주고 사랑해 달라"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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