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문시장 화재 1년 후 지금은…다시 일어선 상인들

2005년 12월 29일 오후 9시 57분. 대구 중구 서문시장 2지구가 불탔다. 완전 진화에만 사흘이 걸렸고, 지하 1층, 지상 1, 2, 3층이 전소됐다. 이 불로 모두 1천여 명의 상인들이 점포를 잃고, 1천여 억 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그로부터 꼭 1년. 피해 상인들은 재기의 날만을 기다리며 여전히 가혹한 현실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

"어떻게 잊겠어요. 피해 신고 금액만 3억 8천만 원이었습니다. 단 한 조각의 원단도 건지지 못했고, 단골 손님과 거래 내용을 적어 놓은 장부까지 몽땅 불탔죠." 아직도 화재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기형(74) 씨. 제일모직 엔지니어 출신으로, 서문시장에서만 30년간 원단을 팔아 온 그는 "상인들의 피끓는 심정은 당사자가 아니면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며 "초동 진화에 실패한 소방당국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지 않고 서문시장 2지구를 그냥 내버려 둔 정부가 아직도 정말 밉다."고 했다.

이 씨는 지난 5월 19일, 화재 발생 5개월 만에 다른 피해 상인 570명과 함께 서문시장 2지구 대체상가로 선정된 서구 내당동 (구)롯데마트에 입점했지만 가혹한 현실은 여전하다. 5평 남짓하던 옛 원단 가게가 2평으로 줄었다. 은행 빚을 내야 하는 처지라 예전 절반 수준의 원단밖에 내걸지 못했다. 장사를 그만둔 사이 단골 손님들마저 서울, 부산 등지로 발길을 돌린 상황.

하지만 이왕 다시 시작한 장사, 서로 서로 도와가며 재기의 불씨를 살려내고 있다. 이 씨를 비롯한 피해 상인들은 손님들을 다시 불러 모으는 일에 '올인'하고 있다. 2지구 피해 상인들이 대체 상가를 구해 이사했다는 사실을 아직도 많은 시민들이 잘 모르는 탓이다. 이에 모든 상인들은 ' 2지구 대체 상가가 들어섰다.'는 내용의 스티커를 자가용에 붙이기 시작했고, 서문시장에서 (구)롯데마트까지 30분에 한 대씩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또 지하 1, 2층, 지상 1층 3개 층을 쓰고 있는 상인들은 2~6층까지 무료 주차공간을 확보, 손님들이 최대한 편하게 주차해 쇼핑을 할 수 있게 했다.

다시 일어선 서문시장 2지구 상인들이 이곳에만 입주해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구청에 따르면 1천여 피해 상인 가운데 지금껏 휴·폐업 신고는 단 23건 뿐. (구)롯데마트 외에도 서문시장 인근 베네시움에 102명이 입주했고, 서문시장 안이나 인근 점포에선 140명이 새 둥지를 틀었다.

이제 피해 상인들에게 남은 절대 과제는 지난 8월 철거가 끝난 옛 서문시장 2지구 자리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 그러나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지 않아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한 상인들은 건폐율 90% 이상을 원하고 있지만 공개 공지 확보를 규정한 건축법에 따른 실제 건폐율은 70~80% 선을 넘지 못하게 돼 있어 여전히 논란을 빚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구청 관계자는 "지난 10월 국회를 통과한 재래시장특별법은 재건축 시장 건물에 대해 최대 90% 건폐율을 명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건축법에 제한을 받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며 "대구시 및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상인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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