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푸른 대구 이야기]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이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자 당초 '돈이 많이 드는 큰나무를 심는다.' '노폭이 좁은 인도에도 나무를 심어 통행에 불편을 초래한다.' 등 시(市)의 녹지정책을 비판하던 일부 언론 매체들이 지지로 돌아섰을 뿐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긍정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특히 서울 소재 메이저 신문들마저 나무심기가 시민의 정서순화와 대기 질 개선, 미기후 조절 등 환경개선에 크게 기여했다고 그 효과를 기사화하자 전국의 많은 도시들이 대구의 녹지정책을 배우기 위해 찾아 왔다.

◇ '나무심기' 시민 관심도 깊어져

비슷한 기간에 계명대학교 김 모 교수는 녹지를 늘리고, 나무를 많이 심었으며, 건천이었던 신천에 물을 흐르게 하고, 시내 곳곳에 분수와 인공폭포를 설치하는 등 수경시설을 확충하고,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등 도심에 공원을 만들고, 담장 헐기 등의 효과를 기상학적으로 분석하여 다른 도시들은 여름철 평균 기온이 1, 2℃ 높아지는 데 비해 대구는 1.2℃ 낮아졌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분위기 탓이었든지 나무심기를 시장(市長)의 개인적인 치적 쌓기 정도로만 생각했던 시민들도 전에 없이 나무사랑에 큰 관심을 가졌다. 심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했지만 기존의 큰 나무 보호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단적인 예가 현풍 곽씨의 집성촌인 달성군 현풍면 대리 속칭 솔례 마을이었다. 마을 앞을 지나가는 국도가 정부 정책에 의해 확장되어야 했다. 따라서 큰 느티나무와 회화나무가 도로 확장지에 편입되어 베어 없어져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이 나무들은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 역할을 해왔을 뿐 아니라, 옛날 박문수라는 암행어사가 나쁜 사람을 이 나무 밑에서 단죄(斷罪)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따라서 이 나무를 보존하기 위하여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국도확장을 못했으면 못했지 나무를 베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마침내 설계를 변경해 길을 우회하는 방안이 마련되었다. 또 다른 예는 팔공산 자락에 있는 고찰 북지장사의 감나무다.

익히 알고 있듯이 팔공산은 숲이 울창하다. 따라서 그 울창한 나무들 중에 한 그루쯤은 베어 버려도 크게 환경이 나빠지지도 않는다. 그런데 나무를 사랑하는 스님들은 이 나무를 살리기 위해 건축물의 구조를 변경, 나무를 집안에 살려 두고 요사채를 지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극적인 예는 아파트 건설업체 (주) 우방이었다. 20층짜리 아파트(수성 팔레스)를 건축하면서 200년생 가시나무가 예정지에 편입되자 이를 살리기 위하여 아파트의 배치 구조를 변경했다.

◇ 심는 정성만큼 가꾸기도 중요

설계를 변경하는데도 많은 돈이 들었겠지만 편입된 토지 15평의 시가가 평당 1,000만 원대로 나무 한 그루 살리는데 무려 1억 5,000만원을 투자했다고 보아야 할 수 있다.

도시를 푸르고 쾌적하게 가꾸어 시민들의 삶의 질과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심는 일도 중요하지만 도심지에 있는 큰 나무를 보호하는 일도 심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재직 중 더 많은 나무를 보호하기 위하여 보호수를 확대 지정했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나무를 친근하게 접근 할 수 있도록 '역사 속의 인물과 나무'라는 주제를 가지고 특정 노거수가 지니고 있는 내력이나, 관련 사적(史蹟)을 더듬어 나무에 해당 인물의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성철 스님이 팔공산의 성전암에서 오래 동안 수행했으나, 그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암자 앞에 있는 오래된 전나무를 "성철스님 나무"라고 이름을 붙여 왜 성철스님나무라고 했는지를 알 수 있도록 안내판을 설치했다. 암자를 찾는 시민들은 어느 누가 따로 성철스님의 고행사실을 설명해 주지 않더라도 안내판만으로 스님이 이 암자에서 수도한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성전암을 찾는 사람들은 이런 정보를 통해 스님을 한 번 더 생각해 볼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대구가 이런 큰 인물을 길러 낸 땅이라는 사실에 자긍심도 느낄 것이다.

글·사진 이정웅(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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