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후세인 처형> 후세인이라는 '괴물'은 누가 키웠나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이 아돌프 히틀러나 이오지프 스탈린에 버금가는 오명을 쓴 채 처형당했지만 후세인이 한때 이라크를 넘어 중동 전역에서 권력을 휘두른데는 미국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으로 왕정이 붕괴되자 미국이 중동에서의 영향력 유지를 위해 후세인을 이용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후세인에게 환상을 심어줬다는게 이런 주장의 근거다.

31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이라크 전쟁 초기부터 후세인을 지원했다.

이란이 이라크에 대해 우세를 보이자 이란의 승리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중동 지역에서 반미의 목소리를 키우게 될까 우려한 미국은 처음에 민간-군사 양 분야에서 사용 가능한 기술 및 물류 지원을 통해 이라크의 뒤를 받쳐주지만 이후 이란군의 이동정보는 물론 무기까지 이라크에 제공하게 된다.

지난 1982년 미국 정부는 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했고 1983년 11월 미 국가안보회의(NSC)는 이란의 승리를 막기 위해 '합법적이면서 필요한 모든 것들'을 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놓기도 했다.

같은해 12월에는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으로 추정되는 대통령 특사가 후세인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후 후세인은 쿠르드족 주민들에게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했고 군비를 더 키운 뒤 쿠웨이트를 침공하기에 이른다.

이때부터 후세인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적대적으로 변했지만 애매한 부분은 여전했다.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군을 미군 주도의 다국적군이 불과 100시간동안의 지상전을 통해 몰아냈지만 당시 바그다드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압박은 나타나지 않았고 미국은 쿠르드족이나 이라크내 시아파들이 후세인에 대항해야 한다고 조장하면서도 이들에 대한 지원은 하지 않았다.

결국 이라크전쟁을 통해 미국은 후세인을 몰아냈고 후세인은 처형됐지만 미국은 지난 1980년대에 회피하고 싶어했던 상황을 결과적으로 맞이하게 됐다고 인디펜던트는 설명했다.

이라크는 여전히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이란에는 아야툴라 호메이니 시절보다 더 '위협적인' 정권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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