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에 볼록하게 만져지는데 혹시?…탈장

인간의 직립보행은 문명을 발달시키는 원인이 됐지만, 인간에게 피할 수 없는 질병을 선사했다. 탈장은 척추질환, 치핵, 하지 정맥류와 함께 직립보행 때문에 생기는 병이다.

◆탈장은 왜 생기나

탈장은 복강 안에서 소장 등이 제 자리를 벗어나 탈출하는 것을 말한다. 피부 밖에서 보면 불룩하게 튀어 나와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탈장은 사타구니에서 발생하는 서혜부 탈장. 때로는 복벽(배 부위) 등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왜 탈장이 생길까? 대부분의 탈장은 복벽의 근육이 약화돼 발생한다. 어린아이의 경우 선천적인 원인이 대부분이지만, 성인 탈장의 경우 복벽이 나이가 들거나, 손상이나 외과 수술을 받으면서 절개한 경험 등으로 인해 약해져서 생긴다. 그리고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거나 격렬한 운동이나 활동으로 복벽이 약해져 탈장이 생길 수도 있다. 탈장은 비만이거나 운동부족 그리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한다. 복부 비만의 경우 근육이 약하고 복벽이 팽창되므로 탈장의 가능성이 커진다. 흔히 탈장은 어린아이나 노인들에게서 나타나는 질병으로 알고 있지만, 이런 이유들로 인해 20~40대의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이럴 땐 탈장 위험

탈장을 스스로 진단하기 위해선 서 있는 자세에서 탈장이 의심되는 부위에 손을 댄다. 그리고 복압이 올라가게 배에 힘을 주거나 기침을 했을 때 불룩 튀어나오는 것이 느껴지는 지를 확인한다. 이밖에 옆구리나 서혜부 주위에 볼록하게 튀어나온 것이 만져지고, 걸을 때 아랫배가 묵직하게 느껴지며 소화불량이 계속될 때도 탈장을 의심해 볼만하다. 자가 진단에 의해 탈장이 의심되면, 의사의 진찰을 받고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탈장 초기에는 기침을 하거나 배에 힘을 주었을 때 덩어리가 불룩하게 튀어나올 뿐 별다른 통증이 없기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하지만 탈장을 알고도 방치하면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탈출된 장이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을 경우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장이 썩기 때문에 장의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까지 받아야 한다.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

탈장이 생기면 가능한 빨리 수술을 받는 것이 최선이며, 유일한 치료방법이다. 과거 탈장수술은 탈장이 생긴 구멍 주변의 근육과 인대를 당겨 꿰매는 방법을 썼는데, 수술 후 통증이 심한 것은 물론 자주 재발하고 배가 당겨 생활에 불편이 따랐다. 하지만 요즘 들어 인공막을 사용한 무장력 수술이 널리 쓰이면서 통증이 적고 재발률이 크게 낮아졌다. 무장력 수술은 탈장된 약한 구멍 사이를 인공막을 이용해 단단하게 막아주는 시술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최근에는 '3차원 인공막(PHS)'을 이용한 탈장수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 방법은 최소한의 봉합으로 장치를 고정할 수 있으면서 서혜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탈장을 예방할 수 있다. 또 환자의 불쾌감과 신경손상을 줄일 수 있으면서 재발의 우려가 거의 없다. 이 수술법은 65세 이상 환자, 재발한 환자, 탈장 주머니의 크기가 3cm이상인 경우엔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도움말·조해창 대구파티마병원 외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