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3·1절 88주년을 맞아

"吾等(오등)은 玆(자)에 我(아) 朝鮮(조선)의 獨立國(독립국)임과 朝鮮人(조선인)의 自主民(자주민)임을 宣言(선언)하노라. 此(차)로써 世界萬邦(세계 만방)에 告(고)하야 人類平等(인류 평등)의 大義(대의)를 克明(극명)하며, 此(차)로써 子孫萬代(자손만대)에 誥(고)하야 民族自存(민족 자존)의 政權(정권)을 永有(영유)케 하노라…."이는 1919년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이 한국의 독립을 선언한 기미독립선언서의 서두이다.

오늘은 3.1운동이 일어난 지 88주년이 되는 날이다. 1919년 3월 l일, 한민족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독립선언서를 발표하여 한국의 독립 의지를 세계 만방에 알린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우리가 매년 3.1절을 기념하는 것은 선열들의 독립운동을 역사적 사실로만 기리고자 함이 아니라 그분들의 나라사랑정신과 희생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미래로 나아가는 시금석으로 삼고 자라나는 세대에 가치관으로 제시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제88주년 3.1절을 맞아 우리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명예와 자긍심 찾아 드리는 일을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물론 해마다 정부에서는 3.1절 등 연 3회 독립유공자 포상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번 삼일절에도 전국적으로 59분이 포상을 받게 된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독립운동에 참여하신 분들은 약 300만명에 이르고 그중에서 순국 등 크게 희생된 분이 15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특히 3.1운동의 경우 1천542회의 집회에 202만9천848명이 참가하였으며 이중 7천509명이 순국하였고 1만5천850명이 부상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독립운동 사실이 공식 확인돼 정부에서 서훈한 독립유공자 수는 1만623명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독립운동지역이 국·내외에 걸쳐 있고 그동안 많은 시간이 흘러 객관적 자료의 확보가 어려우며 인력이 부족한 등의 이유가 있겠으나 더 늦기전에 나머지 독립운동가를 최대한 발굴하여 공적을 인정하고 서훈을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예우하고 존경하는 사회 풍토의 조성이 절실하다. 현재 전국의 생존 독립유공자분은 258분이고 대구·경북지역의 생존 애국지사는 모두 24분이 계신다. 역사의 산증인이자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이분들에 대한 국민들의 특별한 관심과 예우를 통해 독립유공자에 대한 예우풍토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난 2월 15일 정부는 친일행위로 취득한 친일반민족 행위자 및 그 후손들의 재산에 대해 본격적인 환수작업에 들어갔다. 친일행위로 취득한 재산을 환수해 독립유공자 예우 및 독립운동 기념사업에 사용한다고 하니 참으로 다행스러운일이 아닐 수가 없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나비도 자기를 보호하고 지켜준 번데기 껍질이 없었으면 나비가 될 수 없고, 제 아무리 화려한 꽃이라 할지라도 뿌리가 없으면 피어 날수 없듯이 오늘의 번영과 평화 그리고, 이 풍요로움도 지난날 고난의 역사속, 그 구비 구비 마다에서 온 몸을 바쳐 이 땅을 지켜낸 선열들의 희생으로부터 왔다는 것을 꼭 기억하고 그 뜻을 이어 나갔으면 한다.

대구경북지역은 충절의 고장으로 전국에서 독립운동가를 제일 많이 배출했으며 6.25때는 우리국토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였다.

이와 같은 지역적 자긍심을 바탕으로 일신의 안위를 버리고 조국광복이라는 대의를 위해 신명을 바치신 순국선열들의 희생정신을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 나가야 할 것이다.

최용수 대구지방보훈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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