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가 만들고 세계가 인정한 Best 품질

산자부 지정 일류상품 13개

"냄새 안 나는 청국장을 만들 수 없을까'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어요. 발효균에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김종부 (주)엔유씨전자 대표는 청국장을 만들 수 있는 발효식품 제조기를 개발하는 데 1998년부터 꼬박 5년이 걸렸다. 사용한 콩만 큰 트럭 한 대 분량이었다. 청국장 냄새를 차단하기 위해 공기를 외부와 차단하니까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포기하고픈 마음이 수시로 들었고 그럭저럭 발효만 되는 기계를 팔자는 유혹에 빠지기도 했다. 개발이 늦어지자 미리 뚫어 논 거래처도 상당수 떨어져 나갔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김 대표는 2001년쯤 처마 밑에서 바구니를 덮어 말리던 메주를 보면서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얻었다. 발효기에 공기가 들지 않도록 외부와 차단하면서 냄새를 없애고 기기 내부에서 강제로 대류작용을 일으켜 발효가 잘 되게 하는 기술을 완성한 것. 2003년 초 발효기가 시장에 나오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탄탄대로를 달려 85%의 국내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유럽·일본 등지로 수출길을 활짝 열면서 2005년 12월 산업자원부 지정 차세대 일류상품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세계 일류를 향한 기업들의 성과물은 우연히 탄생된 것이 아니다.

산자부가 세계에서 통하는 제품을 발굴·육성해 한국의 대표 브랜드로 키우기 위한 '세계/차세대 일류상품'인증은 현재 500여 개가 지정돼 있고 대구에도 13개가 있다.

(주)대성하이텍의 '비닐팩 밀봉도구'(애니락)도 개발하는 데 3년이 걸렸다. 최우각 대표는 2002년쯤 일본 경영인들의 모임에 갔다가 밀봉도구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일본 기업인이 우연히 하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 대표는 곧바로 개발에 들어갔지만 밀폐가 완벽히 되지 않았다. 도면 바꾸기를 수백 번 했고 사무실은 물 바닥이 되기 일쑤였다. 막상 제작해도 사출업체에서는 "이런 것은 못 만든다."는 답변만 들었다.

3년여간 온갖 고생을 하고 2005년 마침내 완벽한 '비닐팩 밀봉도구'가 탄생했다. 해외에서 먼저 폭발적인 반응이 돌아왔고 국내 시장도 장악하면서 지난해 12월 차세대 일류 상품에 선정됐다.

(주)유레카의 '순티타늄 안경테'도 차세대 일류상품으로 지정돼 해외에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일반 안경테에 비해 무게가 3분의 1 정도로 가볍고 피부에 전혀 피해가 없는 티타늄 안경테는 이전에는 일본산 일색이었다. 진공 상태에서 용접을 해야 하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했기 때문. 손중대 (주)유레카 대표는 일본을 따라잡겠다는 일념으로 2000년 티타늄 안경테 개발을 시작했다.

"티타늄 안경테 제작 기계가 한 라인만 2억 5천만 원이나 들어 직접 개발키로 맘 먹고 기술자들과 함께 일본기업을 찾아갔어요."

손 대표는 일본 기업에 머물면서 부품을 분석하고 벤치마킹하기를 6개월 동안 한 뒤 대구로 돌아와 라인 제작을 시작했다. 티타늄 안경테 개발을 원했던 다른 업체들의 도움도 받았다. 손 대표는 2년여 만에 일본산의 절반에 불과한 기계제작에 성공했고 2003년에 차세대 일류 상품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제품은 톡톡 튀는 발상과 연구노력으로 출발해 선진 제품을 따라잡겠다는 '오기'와 '도전'의 산물이다.

세계 일류를 향한 대구 기업들의 성과물은 생활용품에서부터 첨단기기까지 다양하다.

◆중동 전통 남성복용 합섬직물

(주)성안(회장 박용관)이 수출하고 있는 상품명 '스타텍스'는 중동 사람들만 입는 '틈새시장' 공략의 성공 사례. 땀이 나도 피부에 달라붙지 않고 높은 청결도를 자랑한다. 5년 전만 해도 일본 기업들이 독점하던 시장이었지만 지금은 스타텍스의 짝퉁이 범람할 정도.

◆선박 대형디젤엔진용 배기밸브

금용기계(주)(대표 이경목)가 제작하는 선박엔진의 핵심부품으로 '조선왕국'의 견인차다. 엔진 윗부분에 위치하면서 연소 배기가스를 배출한다. 세계 선박엔진부품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FPD 제조용 스퍼터

(주)아바코(대표 성득기)의 히트상품으로 LCD 기판에 박막을 코팅하는 장비. 일본, 독일 등지에서 수입에 의존하다 국산화에 성공한 제품. 짧은 시간에 대형 유리판(Glass)이 가능해 생산효율이 높다.

◆양면플러쉬 환편기

금용기계(주)(대표 이경목)의 니트 원단을 짜는 섬유기계. 기존 환편기와 달리 원단 절개기능이 뛰어나다.

◆오토모티브 라이팅

에스엘(주)(회장 이충곤)이 제작하는 자동차 주행상태 표시장치. 최근에는 도로조건에 따라 조명이 변화하고 적외선 시야보조 장치 등의 지능형 장치로 발전하고 있다.

◆직선운동 베어링(LM가이드)

공장 자동화, 반도체 생산라인 등 높은 정밀도가 필요한 공정에 사용되는 부품으로 삼익THK(주)(회장 진영환)가 생산한다. 저항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로 내수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리니어부싱

삼익정공(주)(대표 진문영)이 1989년 개발한 자동차 생산라인 장비 부품. 국내 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고 유럽 등지의 시장점유율도 상당하다.

◆마그네트론용 세라믹부품

쌍용머티리얼(주)(대표 김병기)이 생산하는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를 발생시키는 부품.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아 일본을 비롯, 세계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블랭크 마스크

반도체 웨이퍼나 LCD 유리기판 위에 회로 패턴을 형성하는 포토마스크의 소재. (주)에스앤 에스텍(대표 남기수)에서 개발한 이 제품은 박막 사이의 결함을 줄여 삼성 등에 납품하고 있다.

◆전자동정제분류포장시스템(ATDPS)

(주)제이브이엠(대표 김준호)에서 개발한 이 제품은 의사나 약사가 처방전을 컴퓨터에 입력만 하면 네트워크를 통해 약 분류와 분배, 포장, 청구비 등 모든 과정이 무인으로 자동 처리되는 제품. 내수는 물론 해외시장도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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