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발! 여름속으로)추억을 만든다 '캠핑카'

밤하늘 수놓은 별 헤아리며 가족끼리 도란도란 얘기꽃

▲ (사진 위)차를 세우는 곳이 곧바로 숙소가 되는 것이 캠핑카의 가장 큰 매력이다.
▲ (사진 위)차를 세우는 곳이 곧바로 숙소가 되는 것이 캠핑카의 가장 큰 매력이다.

차를 세우는 그 곳이 바로 숙소다. 외국영화에서나 봤던 캠핑카. 편리성 때문에 서서히 캠핑카 바람이 불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캠핑카를 직접 몰고, 훌쩍 떠났다.

▶2종 보통 면허로 운전 OK.

캠핑카의 가장 큰 특징은 차 안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 7명이 잘 수 있는 공간을 비롯 냉장고, 에어컨, TV, 전자레인지, 싱크대, 화장실 및 샤워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쉽게 말하면 '이동하는 펜션'인 셈. 숙식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탓에 차량의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다. 모델 SJ-8000 캠핑카의 차량 폭은 그랜드 카니발과 비슷하지만 길이는 6m, 높이는 3m로 거의 트럭에 맞먹는 수준이다.

승용차만 몰던 사람이 크기가 만만찮은 캠핑카 운전을 할 수 있을까란 의문부터 생겼다. 그런 걱정을 눈치챘는지 업체 관계자는 운전석 옆에 앉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2종 보통면허면 쉽게 운전할 수 있어요. 오토에다 후진시 잘 볼 수 있도록 후방 카메라가 달려 있어 5분 정도만 운전하면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사실이었다. 차를 빌려 직접 달려보니 생각보다 운전하기 쉬웠다.

▶하루 이용금액 16만~30만 원.

캠핑카 요금은 만만치않다. 대구시 달서구 송현동의 씨제이캠핑카의 경우 7인승인 SJ8000, 에포스-V, 리치 등을 각각 1대씩 대여하고 있다. 7월부터는 5인승인 시티-벤도 빌려줄 예정. 요금은 1일(24시간) 기준으로 SJ-8000은 평일(월~목)은 20만 원, 주말(금~일, 공휴일)은 30만 원이며 에포스-V, 리치는 16만 원, 25만 원이다. 시티-벤은 15만 원, 23만 원 선. 이용금액이 다소 비싸다는 지적에 업체 측은 "7명의 숙박 요금과 이동의 편리성 등을 감안한다면 호텔, 펜션보다 오히려 저렴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차량을 몰고 떠나기 전 에어컨, 전자레인지 이용시 켜야 하는 발전기 작동법을 비롯 차량 높이가 3m이기 때문에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버스통로 이용하기 등 주의사항을 꼼꼼하게 들었다. 차량 임대차 계약서 등은 렌터카 이용 때와 비슷하다. 여기에 걸린 시간은 30분 정도.

▶시속 90km 이하가 '안전'.

드디어 출발! 차값이 7천만 원이나 된다는 캠핑카를 몰고 가족들을 태우기 위해 아파트에 들어섰다. 캠핑카를 세워놓자 이웃 주민들이 신기한 표정을 지으며 차를 둘러본다. "이야! 우리나라에도 이런 차가 있네!" "안을 좀 구경할 수 있어요?" 등 호기심을 나타낸다.

간단한 음식과 음료수, 과일, 과자 등을 차에 싣고 대구에서 88고속국도를 거쳐 거창 수승대로 향했다. 아이들은 차에 있는 TV를 켜보며 신기해하고, 어른들은 냉장고와 화장실 등을 보며 '세상에!'라며 놀라워했다. 고속국도를 달리는 동안 차량 속도를 시속 80km로 유지했다. 차의 중량이 많아 급정거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데다 시속 90km 이상으로 달리다 강풍을 만나면 전복 우려도 있기 때문. 큰 차를 처음 몰았지만 운전하는 데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캠핑에 "최고!"

두 시간을 달려 거창군 위천면 황산리 수승대에 도착했다. 수승대에 곧장 캠핑카를 세우지 않고 북상면사무소를 거쳐 강선대, 월성계곡 쪽으로 더 올라갔다. 대리석을 연상케하는 바위들과 그 사이를 흐르는 맑은 물, 계곡 주변의 울창한 숲이 조화를 이뤄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20여분을 더 달려 월성마을까지 올라갔지만 캠핑카를 세울 적당한 장소가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차를 돌려 수승대관광지 야영장에 캠핑카를 세웠다.

차에 연결된 차양막을 설치하고, 의자와 탁자를 설치하는 것으로 캠핑 준비를 끝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수승대를 둘러보는 사이 날이 저물었다. 차안에 있는 탁자를 아래로 접고, 소파 등받이를 까는 것으로 '뚝딱' 침대가 만들어졌다. 어른들은 여기에 눕고, 아이들은 다락방처럼 생긴 차 운전석 윗부분 침대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

▶추억의 캠핑카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시간이 지날수록 폭우로 변했다. 계곡 건너편에 있는 야영장에 캠핑카를 세운 탓에 물이 불면 캠핑카가 건너가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됐다. 아니나 다를까. 오전 2시쯤 사이렌 소리와 함께 "상류 쪽에 폭우가 내려 피해가 우려되니 대피하세요."라는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텐트를 치고 야영하던 사람들은 텐트를 걷는 등 대피하느라 부산했지만 캠핑카는 시동만 걸고 계곡을 다시 건너오면 돼 편리했다. 언제든 이동이 가능한 캠핑카의 위력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폭우로 다음 날 일정에 차질을 빚었지만 처음 체험해본 캠핑카 여행은 가족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 캠핑카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오토캠핑'도 OK

캠핑카는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단점도 있다. 보다 저렴하게 여름 휴가를 보내고 싶다면 차에 텐트와 조리기구 등 숙식시설을 싣고 휴가지를 찾아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오토캠핑도 좋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각각 '여름 캠프촌'을 운영한다. 현대차는 27일부터 8월 8일까지 강원도 횡성 현대 성우리조트에서 서머캠프를, 기아차는 28일부터 8월 7일까지 강원도 고성군 봉수대 해수욕장에서 오토 캠핑장을 각각 연다. 각 자동차 회사의 고객이면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 신청을 할 수 있다.

또 국립공원이나 해수욕장 등에서도 오토 캠핑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야영장을 운영한다. 계곡 옆이나 백사장 옆에 마련된 야영장에 들어가 승용차 옆에 텐트를 치면 저렴하게 여름 휴가를 즐길 수 있다.

한편 국내 최대 캠핑 포털사이트 오토캠핑은 국내 자동차 캠핑 인구를 5만 가구, 10만여 명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 달에 한 번 이상 캠핑을 떠나는 마니아층은 1만 가구에 달한다. 캠핑카는 지정된 캠핑장에서만 정차할 수 있는데 국내에는 전국 70여 곳에 흩어져 있다.

♠ 추천! 이 곳-영덕 고래불해수욕장

우리나라에서 캠핑카 여행은 사람들에게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알려져 있다 하더라도 선진국에서나 이뤄지는 고급 레저 활동 정도로만 생각하거나 마니아층만이 관심을 갖는 정도로 인식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 소득수준 향상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여가활동을 찾게 됨에 따라 캠핑카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럽이나 미국의 오토 캠핑장처럼 갖추어진 장소로는 동해 망상 오토캠핑장을 비롯해 춘천 고슴도치섬 정도로 알고 있다.

전국적으로 오토 캠핑 마니아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요즘 대구, 경북에서도 오토캠핑장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특히 강원지역 오토캠핑장보다 좋은 여건을 가진 영덕 고래불해수욕장에 오토 갬핑장을 조속히 개발, 캠핑 마니아들을 끌어들였으면 한다.

이광식(씨제이캠핑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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