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악마의 고리

페르시아 왕 크세르크세스는 지중해로 눈을 돌렸다. 그의 앞에는 4년 동안 준비된 대규모 원정대가 도열해 있었다. 목표는 그리스와 에게海(해). 528만(헤로도토스 추정)이라는 엄청난 병력이 유럽으로 진격하기 위해 소아시아에 집결한 것이다. 기원전 480년, 제3차 페르시아 전쟁은 이렇게 시작됐다.

먼저 유럽으로 통하는 육로를 만들기 위해 헬레스폰토스(현재의 보스포러스 해협)에 선박 300척을 연결, 浮橋(부교)를 만들었다. 그런데 출정 첫 날 새벽, 다리 위에 한 청년의 시체가 널려있는 것이 아닌가. 피티오스의 맏아들이었다.

사연은 이렇다. 피티오스는 리디아의 지배자였지만 크세르크세스를 물심양면으로 섬겼다. 감동한 크세르크세스는 그를 더욱 신뢰했다. 그러자 다소 자만해진 피티오스가 그만 불충을 저지르고 말았다. "폐하, 저에게는 다섯 아들이 있는데 맏아들만은 징병을 면해 부디 대를 잇게 해주십시오"라고 간청한 것이다.

왕과 왕의 아들, 친인척까지 출정한 마당에 아들 하나를 군역에서 빼달라고 했으니 反逆(반역)과 맞먹는 죄가 돼 버린 것. 아버지의 우매함인지, 지나친 사랑인지는 모르겠지만 맏아들은 그렇게 죽임을 당해야 했다.

지금도 '병역특혜' 얘기만 나오면 펄펄 끓는 곳이 우리나라다. 국방의 의무는 가장 공명정대히 치러져야하는데도 유독 '특혜'가 많으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엊그제 모 그룹의 전'현직 임원 3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아들을 거래업체에 병역특례요원으로 편입시킨 혐의가 드러났다는 '지긋지긋한' 소식이 검찰에 의해 또 밝혀졌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용납되지 않는 분야가 병역비리인데도 상류층에서는 보란듯이 자행되고 있으니 그것은 정말'악마의 고리'인가.

때마침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의 리더십에 대해 일갈했다. "카르타고와의 전쟁에서 매번 지기만 할 때 로마는 어떻게 했는가. 로마 지도자들은 병역의무가 없는 17세 미만이나 노예'하층민들은 일절 징용하지 않았다. 대신 지도층이 몸소 전방에 나섰다. 한니발에게 로마의 집정관 10명이 희생당했다. 엘리트들이 스스로 나라를 지킨다는 소임을 다 한 것이다"

지금 한국의 리더십은 어디로 가고있는가, 섬뜩한 지적이다.

윤주태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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