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일 착공 경주 방폐장의 의미와 과제는?

총 3조5천억 지원사업, 지역경제 판도 변화 예고

19년 동안 표류하면서 정부를 옥죄었던 대형 국책사업인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 공사가 드디어 이번 주에 경주에서 착공된다. 방폐장 기공에 따른 의미와 효과, 과제는 무엇일까?

◆19년 만에 공사

정부가 방폐장을 짓기로 한 것은 1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8년부터 가동에 들어간 고리원자력발전소 등 국내 원전과 연구소, 병원 등지에서 나오는 방사능 관련 쓰레기를 한 곳에 모을 장소가 절실했기 때문.

정부는 이후 1989년 영덕을 시작으로 9차례에 걸쳐 후보지 선정에 나섰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주민들이 너도나도 "생존권 박탈하는 위험시설물 절대불가"라며 강력히 반발한 결과였다.

표류하던 방폐장 건설은 현 정부가 고준위와 중·저준위를 분리해 우선적으로 중·저준위 처분장부터 만들기로 결정하고, 유치 지역에 현금 3천억 원 지원에다 한수원 본사 이전, 양성자가속기단지 조성 등 굵직한 국책사업과 수조 원대의 지역개발안을 내놓고 주민 투표로 결정하는 정책을 제시하면서 결정적인 변화를 맞았다.

포항, 영덕, 군산, 경주가 차례로 유치전에 뛰어들었고, 마침내 2005년 11월 89.5%의 찬성률을 보인 경주가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다.

◆방폐장 효과 내년부터

방폐장 유치에 성공한 경주시는 지난 7월 정부와의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 특별법에 따른 협상을 통해 모두 3조 5천억 원 규모의 55개 사업을 따내면서 방폐장 유치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 사업들의 예산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투입된다.

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본사도 오는 2010년까지 양북면 장항리로 옮겨 온다.

한수원은 자산 21조 7천억 원에 본사 인원이 900여 명에 달하며 오는 2015년 매출 8조 9천억 원, 순이익 1조 1천억 원대를 목표로 하는 기업이어서 이전이 완료되면 관광 일변도의 열악한 지역경제 판도를 바꿀 동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게다가 1천3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양성자가속기도 2012년 완공을 계획하고 있으며, 방폐장 운영단계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반입 수수료도 연평균 8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지역정책연구소는 지난달 5일 열린 '방폐물처분장 국제심포지엄'에서 '방폐장 유치 이후 경주지역사회 발전적 변화에 관한 연구' 발표를 통해 "방폐장 유치로 경주시는 2020년에는 2005년 인구대비 5만여 명, 사업체 수 1만여 개, 주택 2만 8천여 호, 지역 내 총생산 6조 원과 주민소득은 2배 증가할 것"이라는 자료를 내놓았다.

◆공사는 어떻게?

9일 경주 양북면 봉길리 19만여㎡(63만여 평) 부지에 착공되는 방폐장은 1조 5천억 원을 들여 10만 드럼을 저장하는 사업. 승인받은 전체 규모는 80만 드럼으로 나머지 70만 드럼 규모는 이번 10만 드럼 저장시설 공사가 마무리된 2010년 이후 추진할 계획이다.

10만 드럼 공사의 준공은 2009년 말이지만 시설 내 저장은 2008년 말부터 시작된다.

현재 월성, 울진, 고리, 영광 등 4개 원전이 7만 1천여 드럼, 원자력연구소가 1만 5천 드럼 등 모두 10여만 드럼을 임시 저장 중인데, 포화상태라 폐기물처분장 조기 가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0만 드럼 1단계 처분시설은 수직동굴 형식으로 핀란드 방식을 모델로 삼았다.

높이 35m, 폭 24m의 처분고 6개가 동굴 속에 만들어진다. 각 처분고는 1만 6천700드럼의 폐기물을 적재할 수 있다. 처분 시설의 가장 깊은 바닥은 지상에서 200m, 해수면에서 130m 아래까지 내려간다.

처분고 내에 폐기물 저장이 완료되면 동굴 내부를 폐쇄하고 자연재해에도 방사선이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쇄석 및 시멘트로 내부가 메워진다.

◆유치에 따른 약속 지켜야

줄어드는 인구, 추락하는 경기 등의 극복 대안으로 방폐장 유치에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진 경주시민들은 정부가 약속한 3조 5천억 원 규모의 55개 방폐장유치지역지원사업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지역지원사업 경우 내년도 예산 반영이 기대 이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정부가 당초 약속한 것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손동진 동국대 경주캠퍼스 총장은 "정부의 지역 지원사업 약속도 지켜야 하지만 한수원도 경주시민과 신뢰 구축을 통해 경주의 미래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주·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