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e세상] 휴대전화 인터넷 웹 닮아가네!

'인터넷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은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는 컴퓨터보다 휴대전화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바야흐로 유비쿼터스 시대다. 세상은 시간과 장소·컴퓨터 여건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으로 가고 있다. 유비쿼터스의 핵심축 중 하나는 모바일 인터넷이고 그 유력한 도구는 휴대전화다. 그러나 아직도 휴대전화를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하기에는 불편함이 많다. 왜 그럴까.

■휴대전화 인터넷, 풀 브라우징을 꿈꾸다

휴대전화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은 국내 이통사들이 제공하고 있는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가 유선 인터넷과 같은 개방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휴대전화 인터넷은 인터넷 서핑에 구조적 결함을 지녔다. 한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다른 사이트로 이동하기가 매우 번거롭고 접속할 만한 사이트가 그리 많지 않으며 사용자 인터페이스 역시 불편하다. 이 때문에 휴대전화 인터넷 이용 행태는 이통사들이 각각 제공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휴대전화 인터넷의 폐쇄성은 모바일 인터넷의 대중화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휴대전화 인터넷 서비스 환경을 웹과 비슷하게 개방 환경으로 만들자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풀 브라우징(Full Browsing)이다.

풀 브라우징은 PC에서 보는 웹 사이트를 휴대전화 액정창으로 그대로 볼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풀 브라우징에서는 인터넷 웹 브라우저 화면이 휴대전화 액정 화면에 그대로 구현된다.

■휴대전화, 인터넷 주소창을 달다

휴대전화 인터넷에서 가장 불편한 요소 중 하나는 주소창이 없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휴대전화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홈페이지에 접속하려면 복잡한 숫자로 된 URL(주소)를 직접 입력하거나 짧은 번호로 구성된 모바일 주소(WINC)를 눌러야 한다.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할 경우 원하는 사이트를 찾거나 다른 사이트로 이동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 같은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서비스가 최근에 나와 관심을 끈다. 모바일 서비스업체인 한국모바일방송(대표 강한구)이 지난달 출시한 'H2O'가 바로 그것이다. H2O는 유선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주소창과 비슷한 주소 검색창이 화면 상단에 배치돼 있다. 접속을 원하는 사이트 이름을 여기에 한글로 치면 바로 연결이 된다. '네이버'라고 치면 네이버가 제공하는 모바일 홈페이지에 연결되는 것이다. 서핑 중에도 화면 상단에 주소 검색창이 계속 따라다니기 때문에 어느 사이트에 있든지 한글 도메인 입력을 통해 원하는 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다. 단, 한국모바일방송에 한글 도메인을 등록한 사이트에 한해서다. H2O서비스를 이용하려면 휴대전화의 2, 5, 8 숫자 버튼과 인터넷 접속버튼을 잇따라 눌러야 한다. 한글 도메인 등록비는 연간 33만 원.

■풀 브라우징, 난관도 많다

SK텔레콤·KFT·LG텔레콤 등 국내 이통3사들은 풀 브라우징 서비스를 시작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KTF가 풀 브라우징 서비스를 담은 유·무선 통합 브라우저 'KUN 3.0'을 탑재한 단말기를 출시한데 이어, SK텔레콤은 자사의 풀 브라우징 서비스인 'M브라우저 5.0'을 새 단말기와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LG텔레콤도 웹 언어인 HTML을 지원하고 플래시와 동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풀 브라우징 서비스를 내년초에 출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풀 브라우징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는 몇 가지 난관이 있다. 국내 웹 사이트들은 액티브X 등 비표준 웹 기술들을 그대로 적용한 곳들이 많은데 이를 휴대전화에 고스란히 구현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덩치 큰 동영상이나 플래시가 포함된 웹 페이지를 휴대전화로 원활히 구동하는 데에도 적잖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좁은 휴대전화 액정화면에 기존의 인터넷 화면을 그대로 구현할 필요성이 있느냐 하는 의문을 나타내는 이도 없지 않다.

■휴대전화, 정보검색도구를 꿈꾼다

국내 휴대전화 보급률은 4월 현재 83%를 웃돌고 있으며 인터넷 접속기능이 없는 휴대전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휴대전화는 풀 브라우징을 통해 정보검색 도구로서 PC를 대체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 위에 섰다.

KISDI의 미래전략연구실 박현주 연구위원은 '모바일 인터넷 시장 동향' 보고서를 통해 "풀 브라우징 기반의 서비스 등장으로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확대와 무선 인터넷 시장의 변화가 예상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국모바일방송의 최유리 이사는 "이통3사들이 제공하는 기존의 인터넷 서비스는 사이트 간 이동 및 검색 체계 문제와 모바일 주소 체계의 문제, 접속 체계 등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면서 "결국 휴대전화 인터넷은 PC인터넷을 닮아갈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김해용기자 kimhy@msnet.co.kr

▶ 키워드

풀 브라우징(Full Browsing)

휴대전화로 자유롭게 유선 인터넷 사이트를 볼 수 있게 만드는 여러 하드웨어적·기술적 기반을 의미한다. 풀 브라우징이 구현되면 PC에서 보는 웹 사이트 화면을 휴대전화의 액정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볼 수 있게 된다. 컴퓨터를 이용한 인터넷을 웹(Web)이라고 부르는 반면, 휴대전화를 이용한 인터넷은 왑(Wap)이라고 한다.

▶ WINC

WINC는 국가 인터넷주소자원 관리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NIDA)이 국내 이통3사와 공동으로 주관해 복잡한 URL 대신 번호를 통해 무선 인터넷 콘텐츠에 접속하도록 한 공공 서비스를 말한다. WINC로 특정 홈페이지를 접속하려면 미리 정해진 숫자나 기호로 조합된 번호를 누른 뒤 휴대전화 단말기상의 무선인터넷 접속 단추(Nate·magicn·eZ-i)를 누르는 방법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예컨대 WINC에서 서울시청은 702고 네이버는 369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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