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이 만들어내는 사이버 스페이스의 팽창을 보면 빅뱅을 연상케 한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를 담기 위한 컴퓨터 보조기억장치 중에는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가 지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솔리드 스테이트 디스크'(SSD)가 등장해 디지털 저장 장치의 왕좌를 놓고 HDD와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SSD는 과연 디지털 저장 매체의 세대 교체를 이뤄낼 것인가.
◆HDD 한계에 봉착하다
현재 컴퓨터 저장장치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HDD는 자기(磁氣)를 이용해 데이터를 쓰고 지운다. 바늘 모양으로 생긴 헤드가 고속으로 회전하는 디스크(플래터) 표면에 데이터를 기록하거나 판독한다. 그러나 디스크를 고속으로 회전시키고 헤드를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데이터 판독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기계적 소음도 발생한다.
대용량화가 꾸준히 진행되면서 HDD 중에는 1테라바이트(TB) 제품이 시중에 나와 있다. HDD는 그러나 성능을 높이기 위해 더 높은 디스크 회전수와 소비전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언젠가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디스크를 겹쳐 쌓는 방식의 대용량화 역시 기술적 문제로 사정이 마찬가지다.
◆SSD란?
SSD는 비휘발성 메모리인 낸드 플래시 메모리와 컨트롤러를 결합해 만든 저장매체다. SSD는 메모리 방식의 저장 수단이기 때문에 데이터 접근 속도가 빠르고 기계적 소음이 없으며 충격에도 강하다. 전력 소모 또한 HDD보다 매우 적다.
SSD는 10년 전쯤 처음 나왔지만,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관심이 쏠린 것은 지난 2005년 삼성전자가 SSD를 선보이면서부터다. 당시 삼성전자는 8기가비트(Gb) 낸드 플래시 메모리 16개를 결합한 16기가바이트(GB) 제품 등 4~16GB SSD 4종을 내놨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SSD가 HDD에 위협이 되리라고 생각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HDD를 위협하기에는 너무 값이 비싼데다 용량도 PC의 주 저장 장치로 쓰이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용량 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급락세를 보이면서 상황이 많이 변했다. 시장에는 32GB, 64GB, 128GB 짜리 SSD가 잇따라 등장했다.
◆SSD vs HDD
삼성전자가 최근 테스트한 결과를 보면 SSD의 데이터 판독 속도는 초당 58MB로, HDD 최신제품(초당 39MB)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SSD를 사용함으로써 경험하는 체감 속도는 이러한 수치보다 더 빠른 듯하다. 특히 부팅에서 HDD를 장착했을 때보다 월등한 성능을 낸다는 경험담이 여럿 있다.
올해 초 샌디스크라는 회사는 자사 SSD를 사용했을 때 윈도 비스타의 부팅시간이 35초로 단축됐다고 밝혔다. 기존의 HDD 탑재 PC보다 28초 빠른 수준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인터넷에서는 SSD를 탑재한 고사양 PC가 불과 10초 만에 부팅에 성공한다는 자료도 나돌고 있다.
반면 쓰기에서는 SSD가 HDD에 뒤진다. 삼성전자의 테스트 결과 SSD의 쓰기 속도는 초당 26MB로 HDD(초당 38MB)보다 떨어졌다.
◆아직도 너무 비싼 SSD
상용화된 제품 가운데 가장 용량이 큰 SSD는 256GB 제품이다. 그러나 고용량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겹겹이 쌓는 방식으로 용량을 키울 수 있어서 SSD 역시 HDD와 마찬가지로 TB급 용량을 확보하는 데 기술적 문제점은 없다. 4TB 용량을 구현할 수 있는 제품도 선을 보였다.
SSD는 용량 면에서 HDD를 대체하는 데에 문제가 없고 언젠가는 HDD을 추월하겠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아직 SSD는 같은 용량의 HDD에 비해 수 배에서 10배 정도 비싸다.
현재 300~500GB HDD는 10만 원 안팎에 구입할 수 있지만 SSD의 경우 고작 32GB만 되어도 일반인들이 사용하기에 부담이 크다. 가격 비교 사이트인 다나와(www.danawa.co.kr)를 보니 32GB SSD 제품의 경우 30만~80만 원 정도였고, 128GB 제품은 380만 원이나 됐다.
비싼 가격 때문에 SSD는 고급형 노트북에 부분적으로 탑재되거나 검색용 서버 컴퓨터 등에 사용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SSD, 차세대 저장매체 지존을 꿈꾼다
그러나 기술 발전과 메모리 가격 하락 속도를 감안할 때 SSD가 HDD를 따라잡거나 대체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SSD 진영은 장담하고 있다.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도시바 등 낸드 플래시 상위업체들의 미세 공정 도입과 생산라인 확대 경쟁이 낸드 플래시 메모리 제품의 점진적인 가격 하락을 불러, 몇년 이내에 SSD는 HDD와 맞설 정도의 가격 경쟁력을 갖추리라는 것이다. 올 들어 삼성전자, 인텔, 샌디스크 등 업체들은 SSD 시장 선점을 위해 신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이 서플라이라는 시장조사기관은 오는 2009년 말경 전체 노트북 컴퓨터 가운데 '하이브리드 HDD'(SSD의 장점을 결합한 HDD) 및 SSD를 탑재한 제품의 비중이 일반 HDD 채용 제품 비중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2만 2천대(560만 달러)에 그쳤던 세계 SSD 시장이 오는 2010년 9천만 대(68억 2천600만 달러)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해용기자 kimhy@msnet.co.kr
가격적 이점 SSDHDD
읽기 속도 SSD>H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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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워드-낸드 플래시 메모리
플래시 메모리는 디램과 달리 저장된 정보가 전원이 끊기더라도 지워지지 않는 특징을 지닌다. 플래시 메모리는 저장용량이 크지만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린 '데이터 저장형'(낸드·NAND)과 처리속도가 빠르지만 대용량화가 힘든 '코드 저장형'(노어·NOR) 두 가지로 분류된다. 낸드는 Not And, 노어는 Not OR의 줄임말.
낸드 플래시 메모리는 일본 도시바가 1987년 개발했는데 자기식 저장장치들보다 내구성이 우수하고 대용량화가 가능하다. 이런 특징 때문에 낸드 플래시 메모리는 SSD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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