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제 정부에서 대표(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는 그들이 대표하는 사람들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하는가 아니면 그들과 같아야 하는가. 이는 미국 건국과정에서 새로운 정부의 형태를 놓고 연방주의자와 민중주의자가 벌인 논쟁의 주제였다. 이 논쟁에서 연방주의자들이 승리했다. 그들은 "대표의 결정은 자기를 뽑은 사람의 뜻을 그대로 따를 필요가 없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대중은 무책임하고 부분적인 이해관계에 매몰될 수 있으므로 '선택된 집단'에 의해 대중의 견해가 정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선거는 민주적인가' 버나드 마넹)
현대에 들어오면서 대의제는 국민의 참여 폭을 넓히며 발전해오기도 했지만 동시에 정치'경제 엘리트의 힘이 공고해지면서 시민의 정치권력 행사과정(선거)에서 정작 엘리트 집단에 대한 '시민의 통제'가 행사되기 어려운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는 것이 정치학자들의 진단이다. 이 같은 시민의 소외는 선거의 효용성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선거 무관심은 그 직접적 결과라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제기된 이론이 '직접행동 민주주의'이다. 현존하는 대의제에서는 민주주의의 이상인 '시민의 통제'와 '시민의 평등'을 구현하기가 어려운 이상 시민들이 직접 행동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적 이슈를 매개로 거리에 나선 시민들의 행동은 대의제의 한계를 보완하는 행위인 반면 선거는 시민들의 직접행동에 의해 보완되어야 할 '간접행동'이라는 평가도 나온다.('직접행동' 에이프릴 카터)
한미쇠고기 협상 타결에 반발한 시민이 밝힌 촛불이 이명박 정부를 태워버릴 듯 맹렬히 타오르고 있다. 뽑아준 사람들의 뜻을 충실히 따라야 하는 구속적 위임은 필요없다는 대의제의 철학을 충실히 따른 결과다. 이런 조짐은 '고소영' '강부자' 내각 인선 때부터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독주는 현대사회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의 패착 원인은 대의제의 귀족성은 시민의 직접행동에 의해 끊임없이 견제당하고 있으며 '구속적 위임'의 불인정 역시 철학의 문제이지 실천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촛불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500만 표 차이 승리가 가져다준 자만을 살라버릴 기회를 주고 있다.
정경훈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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