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독자재무진단'의 문을 두드린 독자 여러분들이 쏟아놓는 첫마디는 "제 형편에 재무진단이란 것이 가능한지…"라는 말입니다. 수입이 적다고, 수입보다 빚이 많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월수입이 150만원을 조금 넘는다는 어느 법인 택시 기사도 "나도 재무진단 한번 받아봅시다"라며 최근 찾아오셨습니다. 적게 번다고, 빚이 많다고 해서 쉽게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는 빚에 허덕이는 봉급생활자 서경호(44·가명)씨 얘기를 들어봅니다. 과거 주식투자 및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 앉아있다는 서씨. 아내와 초교·중학교에 다니는 남매를 부양해야 하는 그는 지금의 소득으로는 도저히 희망이 없다고 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매일신문 독자들의 재무진단을 해주고 있는 계명대 재무상담클리닉센터·삼성증권과 함께 서씨의 미래를 걱정해 봤습니다.
A.
◆빚에 허덕이는 서씨
1억5천만원짜리 109m²(33평) 아파트가 전 재산인 서씨는 대출금이 1억원이나 된다. 매달 60만원 정도의 대출금이자를 내고 나면 저축은 고사하고 적자가 발생하는 달도 많다. 게다가 자녀들의 교육비는 갈수록 커지고, 남들은 고령화니 뭐니 해서 떠들썩한데 노후준비는 생각도 못하고 있다.
서씨는 5년 전 대출을 받아 무리하게 주식에 직접 투자하다 1억원 정도의 손실을 보게 됐다. 그러나 그때는 사업이 잘돼 큰 걱정을 하지 않았고, 대출금도 약 5천만원 정도는 갚을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년 전 사업이 실패한 뒤 빚이 늘어 약 1억원이나 된다. 그때부터 서씨는 매달 빚에 허덕여 왔다. 사업 실패 후 얻은 직장의 월급은 230만원 정도. 이 돈으로는 생활비와 자녀들 교육비에 충당하고 나면 대출금을 갚기는커녕 매달 대출금 이자 60만원(대출금리 7%)을 내기도 빡빡하다.
어떤 달은 적자가 나기도 한다. 지금까지 남들처럼 그 흔한 외식 한번 제대로 못하고 살아왔지만 빚을 갚을 길이 없는 것 같아 막막하기만 하다. 자녀들의 교육비는 갈수록 많아지고, 노후준비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나마 종신보험과 자녀들 보험을 해약하지 않고 유지한 것만도 다행이다. 그러나 매달 적자가 조금씩 늘고 있어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서씨가 빚의 악순환으로부터 벗어나려면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 우선 고질적인 빚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출금 규모를 줄여야 한다. 매달 나가는 대출금 이자를 줄여 적자구조를 개선하고, 저축여력을 확보해야 앞으로의 삶에 희망이 보인다.
◆아파트를 처분해 빚부터 정리하자
서씨의 전 재산은 109㎡짜리 아파트가 전부다. 이마저도 없으면 희망이 사라질 것 같아 처분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더욱이 아들과 딸에게 각각 방 하나씩을 주려면 109m²는 되어야 하기에 더더욱 처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소득으로는 아파트를 처분하지 않고는 적자구조를 해결할 수도 없을뿐더러 갈수록 힘든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대구의 아파트 미분양 현황 등을 감안하면 향후 3, 4년 내에 아파트 가격이 크게 상승하기도 쉽지 않다.
즉 아파트 보유가 재산을 불리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장 부인과 상의를 해 아파트를 처분할 것을 권한다. 아파트를 처분하면 1억5천만원을 손에 쥐게 된다. 인근의 방 3개짜리 93㎡(28평) 아파트 전세를 얻으려면 8천만원 정도면 된다.
나머지 7천만원으로 빚을 정리하라. 그러면 대출금은 3천만원만 남게 돼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남은 대출금 3천만원은 근로자 전세자금대출을 활용하자. 근로자 전세자금대출은 연간 소득 3천만원 이하인 무주택 가구주를 위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저리의 전세자금대출이다.
대출금 상환은 매월 이자만 내다가 2년 후 대출원금을 일시에 상환하면 되는데, 2회까지는 만기연장이 가능하다. 다만, 근로자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주택금융공사의 주택금융신용보증서 발급 여부라든가 연대보증인, 집주인의 확약서 등 세부적인 절차사항이 충족되는지 사전에 정확히 확인해보고 전세를 얻어야 한다.
다행히 서씨는 대출대상자가 되므로 3천만원 대출을 받게 되면 매월 12만원(대출이자 4.5%)의 이자만 내면 된다. 그러면 매월 약 60만원 정도의 여유가 생긴다.
이 60만원으로 희망의 불씨를 지펴보자. 아파트는 다시 장만하면 된다. 올해 44세인 서씨는 앞으로 15년 정도는 더 일을 할 수 있다. 시간은 서씨 편이다.
◆종자돈 마련이 최우선 목표다
지금부터 과거를 거울 삼아 계획을 잘 수립, 새로운 희망을 열어가자. 늘어나는 자녀의 교육비로 인하여 생활비를 줄이기가 만만치 않다. 따라서 대출금 정리로 인해 여유가 생기는 돈으로 매월 적립식펀드에 50만원을 투자하자.
당분간 서씨의 재무목표는 5년 후 종자돈 마련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외식 등의 여유도 5년 뒤로 미루자. 연 10%의 수익률로 5년을 적립식펀드에 투자한다면 약 4천만원을 만들 수 있다. 이 돈으로 5년 후 대출금을 정리하고, 대학에 들어가는 아들의 등록금에 충당하면 된다. 6개월 후에는 부인이 전에 하던 일을 다시 재개할 계획인데, 이렇게 하여 매달 100만원 정도를 저축하게 되면 5년 후에는 꽤 큰 금액의 종자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아파트도 다시 장만할 희망이 생긴다. 만약 5년 후 계획대로 잘 진행되면 그때부터 재무설계를 다시 하면 된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노후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이때 서씨의 나이 49세. 늦었지만 은퇴까지는 10년의 시간이 남아있다. 10년의 시간을 잘 활용하면 이자가 이자를 만들어주는 복리효과로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투자원칙을 지켜라
서씨는 과거 주식투자 실패를 거울 삼아 적립식펀드를 투자할 때에는 투자원칙을 잘 준수해야 한다. 첫째, 합리적인 기대수익을 가질 것.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 10~15%의 기대수익률을 올린다는 생각으로 투자하라. 너무 높은 수익률을 올리겠다는 욕심은 금물.
둘째 장기투자할 것. 단기적인 변동성에 겁먹지 말고 마치 적금 넣듯이 투자하면 된다.
셋째 인기 있다는 곳에 몰빵은 금물. 자산배분이 중요하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계명대 재무상담클리닉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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